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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거장 리스트, 경쟁자이자 절친 쇼팽을 말하다

입력 : 2016-05-27 21:05:36 수정 : 2016-05-27 21: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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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Franz Liszt) 지음/이세진 옮김/포노/1만4000원
내 친구 쇼팽/리스트 (Franz Liszt) 지음/이세진 옮김/포노/1만4000원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1811∼1886)가 39세 나이에 요절한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을 그리워해 쓴 책이다.

위대한 음악가가 동료 음악가를 찬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리스트는 1849년 쇼팽이 세상을 떠난 해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쇼팽을 얼마나 기리고 그리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리스트는 사랑했던 연인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 카롤린과 이 책을 공동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가 모두 폴란드인이었던 카롤린에게 쇼팽의 조국 폴란드는 꽤나 익숙했던 것 같다. 리스트 역시 자연스럽게 폴란드의 풍속과 민족정서를 이해했고, 이를 바탕으로 쇼팽에 대한 책을 썼다.

쇼팽과 리스트는 경쟁자이면서도 절친했다. 둘 다 낭만주의 시대 피아노 음악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리스트가 호기로운 성격의 ‘사교계 스타’였다면 쇼팽은 섬세하고 신중하며 내성적이었다.

비록 성격적인 차이로 인한 마찰이 있었을지언정, 리스트는 이 책에서 한 사람의 위대한 예술가이자 선한 인간이었던 쇼팽을 향해 아낌없는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 “그는 순수하고 고귀한 인간, 선하고 연민을 아는 인간으로 살았고 …” 책에선 쇼팽이 살아있는 동안 마땅히 받아야 했던 찬사를 받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다. 쇼팽의 능력과 천재성을 알아보는 이는 소수였고, 이들 소수인들조차 쇼팽 음악을 온전히 이해했을지 리스트는 의문을 던진다.

그는 쇼팽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 안에 깃든 시인의 영혼, 천재성의 광휘, 쉬이 꺼뜨릴 수 없는 조국애를 발견한다. 그러고는 “쇼팽의 작품이 머나먼 나라들과 아득한 후세에까지 전해질 운명”임을 예술가다운 선견지명으로 예견한다. 쇼팽의 작품에 대해서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 전혀 새로운 표현, 독창적이면서도 지적인 화성조직”으로 설명하고, 인간적 면모에는 “순수하고 고귀한 인간, 선하고 연민을 아는 인간으로 살았다”고 회고한다. 쇼팽을 ‘미래를 예감하고 작품으로 앞당겨 보여주는 예언자’로 표현한다. 쇼팽이 ‘피아노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오늘날을 예견한 듯하다. “미래의 음악사학자는 보기 드문 선율적 재능과 놀랍고 복된 화성조직의 확장이 단연 돋보였던 이 사람을 지극히 높은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리스트는 쇼팽 작품의 기본 정서였던 조국애에 주목한다. 쇼팽의 피아노 선율은 폴란드의 역사와 운명을 그대로 표현했다. 리스트는 책에서 폴란드의 국민과 문학, 춤 등을 두루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쇼팽처럼 폴란드 출신 부모 아래 자란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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