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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탐정’ 셜록… 그의 모든 것 담다

입력 : 2016-05-27 20:37:10 수정 : 2016-05-27 20: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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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스트랜드 매거진’에 첫 등장 이후
항상 시대 속에 살아있는 홈스 궤적 쫓아
코난 도일, 그의 의대 스승을 모델로 창조
탐정이란 새로운 종으로 범죄소설 장르 개척
재크 던데스 지음/이유경 옮김/처음북스/1만7000원
위대한 탐정 셜록 홈즈/재크 던데스 지음/이유경 옮김/처음북스/1만7000원


셜록 홈스! 에르퀼 푸아로, 오귀스트 뒤팽, 긴다이치 고스케 혹은 김전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하지만 그는 탐정의 대명사다.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이 1891년 ‘스트랜드 매거진’ 7월호에 실린 이후 홈스는 56편의 단편소설, 4편의 장편소설에 친구 존 H 왓슨과 함께 등장해 승승장구했다. 어린 시절 ‘소년을 위한 셜록 홈스’ 식으로 순화된 책을 읽고 홈스를 접한 사람들은 때로 “셜록의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하지만 돌고돌아 다시 홈스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홈스는 핼리혜성만큼이나 꼬박꼬박 돌아오며” 130년 가까이 독보적인 탐정으로 군림했다. ‘위대한 탐정 셜록 홈즈’의 저자는 2010년대를 “(홈스가 살았던) 베이커 가에 찾아온 믿기 힘든 또 다른 전성기”라고까지 강조한다. 동의하기 힘든가. 2010년 BBC는 홈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드라마 ‘셜록’을 선보여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홈스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가장 잘 나가는 배우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앞세운 영화 ‘셜록 홈즈’는 10억달러가 훨씬 넘는 흥행기록을 세웠다.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 등 세계 각지에 300여개의 셜로키언(Sherlockian)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19세기 영국에서 탄생한 셜록 홈스는 대중문화의 다양한 영역에서 재해석되며 탐정의 대명사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위대한 탐정 셜록 홈즈’의 저자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재창조된 홈스의 다양한 양상을 제시하며 2010년대를 홈스의 전성기로 규정한다. BBC드라마 ‘셜록’의 한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책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항상 시대 속에 살아 있었던 홈스의 궤적을 쫓는다. 아서 코난 도일이 홈스 시리즈를 처음 쓰던 날부터 인기 드라마 ‘셜록’의 각본가 스티븐 모팻과의 인터뷰까지, 지금까지 불멸의 삶을 사는 듯한 홈스의 모든 것을 담으려 한다.

젊은 코난 도일이 소설을 써서 부와 명예를 거머쥐려고 욕망으로 들끓을 즈음 범죄는 재밌는 이야기로 상품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신문은 “목격자나 희생자의 가족들과 한 인터뷰를 싣고, 장면과 액션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며” 범죄소설 장르가 씨앗을 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중은 살인에 흥미를 느꼈고 경찰의 일에도 관심을 보이며 호응했다.

이런 양상은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등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로 귀결됐다. 포는 “카리스마 넘치는 한 탐정이 관찰과 추리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전통을” 열었다. “소설에 등장한 새로운 종(種)인 탐정은 서서히 문화에 침투했고” 독자층과 시장이 성장했다. 

뮤지컬(위쪽)과 영화 ‘셜록 홈즈’의 한 장면.
코난 도일은 이전에 나온 범죄소설의 요소를 전부 모으고, 첨단의 느낌과 새로운 방법, 탐정 수사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그는 그때까지 발전해온 것들을 버무려 거의 완벽하게 완성시켰다. 그리고 독보적인 탐정 홈스를 창조했다. 당시 그가 떠올린 인물은 에든버러 의대를 다닐 당시의 스승 조지프 벨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의대”였던 이곳에서도 벨은 출중했다. 대부분의 강의에 무관심했던 코난 도일도 벨에 몰입했다. 그는 경험에 의지해 자신의 눈으로 환자를 파악했다. 바지 무릎 안쪽의 닳은 자국을 보고 환자가 구두수선공이라는 사실을 간파했고, 공손하지만 모자를 벗지 않는 습관으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의 특성을 파악했다. 벨은 보고 관찰했다. 코난 도일은 이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만의 탐정을 창조하기로 결심했을 때 벨과 벨의 번개같이 빠른 추리를” 기억해냈다. 홈스는 “벨에게서 자신의 특징이 되는 요령을” 물려받았다.

황금기는 지난 것으로 판단한 시리즈물을 지양하고 서로 연관이 있으면서도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를 가진 단편소설을 구상한 코난 도일은 스트랜드 매거진과 인연을 맺으면서 바라던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홈스는 ‘셜로 콤즈’, ‘셔우드 혹스’, ‘처브록 홈즈’ 등의 아류를 낳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찰스 브룩필드는 홈스를 연기한 첫 배우로 이름을 남겼다. 코난 도일은 탐정 소설의 이상적인 형식을 고안했던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홈스라는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홈스 말고라도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탐정에 애정을 가진 독자라면 재미를 느낄 만하다. 코난 도일과 홈스 자취를 시대적 상황, 다른 작품들의 의미 등과 함께 분석한 점은 이 책의 미덕이다. 그러나 글이 다소 산만하다는 점 때문에 읽기에 성가시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을 듯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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