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소속 프로파일러들은 27일 인터뷰에서 “이해와 동의는 엄밀히 다른 개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범죄자들과 일명 ‘라포르(rapport·프랑스어)’라 불리는 심리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단지 이들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2000년 2명으로 출발한 서울경찰청 행동과학팀은 현재 원년 멤버인 윤태일 팀장을 비롯한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맡는 사건은 월 평균 12∼13건. 최근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에도 4명이 투입됐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소속 프로파일러들이 27일 서울청 내 과학수사계 사무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현 경사, 이상경 경사, 한상아 경장, 윤태일 팀장(경사), 장힘찬 경장. 서상배 선임기자 |
이들은 최근 촉발된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팀장은 “여성이 범행 대상이 되고 피의자가 여성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해 여성 혐오 범죄로 볼 것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학계에 아직 여성 혐오 범죄란 개념이 없다”고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프로파일링이 범죄 피해자와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보람 때문에 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팀 막내인 한상아 프로파일러는 “우리가 하는 일은 의사가 하는 일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직접 현장에 나가 범인을 잡지는 않지만 우리가 피의자를 분석한 결과가 잘 활용돼 범죄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경력 8년차 이주현 프로파일러도 “맡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일 뿐”이라면서도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 내는 등 수사에 도움이 되면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솟는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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