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소야대'때 급증했던 "대통령 거부권" 이번에는?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6-05-28 10:16:38 수정 : 2016-05-28 10:16: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가 의결한 법안의 재의를 요구하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대상은 국회법 개정안으로 같다. 지난해의 거부가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한 강화에 대한 반박이었다면 이번의 거부는 국회의 대(對) 행정부 청문회 활성화에 대한 거부로 개정안의 ‘내용’은 다르다. 궁극적으로는 권한을 확대하려는 입법부와 이에 반대하는 행정부간 갈등이 거부권 행사로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대통령의 거부권 자체가 입법부와 행정부간 ‘권력분점’의 산물이다. 거부권에 대한 해석에 따라 지금 ‘국가의 권력’이 어디에 쏠려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간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 즉 ‘여소야대’일때 대통령의 거부권이 많이 일어났던 것을 봐도 그렇다. 16년만의 ‘여소야대’국회가 된 이번에도 자칫 거부권 정국이 계속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지나치기 보다 거부권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하는 이유다.

◆알쏭달쏭한 거부권 조항…‘환부거부’와 ‘보류거부’란?

대한민국 헌법은 제 53조 2항에 대통령 거부권을 규정해 놓고 있다.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중에도 또한 같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거부권 내 ‘환부거부’를 의미한다. 환부거부란 대통령이 국회 의결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일정기간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되돌려 보내면서(환부) 재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15일로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 이송 후 4일만에 국회로 환부했다. 대통령 거부권에는 ‘환부거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류거부’도 있다. 보류거부란 대통령이 지정된 기일까지 법안의 환부는 물론 공포를 미루면서(보류), 법안이 폐기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국회가 폐회되거나 임기가 바뀔경우 ‘보류거부’가 이뤄진다. 대통령에겐 환부거부보다 보류거부가 더 정치적으로 부담이 덜 가는 선택일 법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보류거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 53조 5항은 대통령이 15일 안에 공포나 재의요구를 하지 않을 때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적어지면 보류거부가 많아질 것이라 예상한 조치로 분석된다. 다만, 국회임기종료가 15일보다 적게 남을 경우, 대통령이 그기간까지 법안을 보류할 경우 ‘보류거부’가 가능하느냐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번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논란이 바로 이 상황이었다. 부득이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있었고, 20대 국회가 재승계할 수있다는 논리도 있었다. 그런와중에서 17대·18대 국회 당시 임기만료 후 이명박정부가 법안을 공포했던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박 대통령이 예상보다 이르게 ‘환부거부’ 를 사용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거부권중에는 ‘일부거부’도 있다. 통과 법률의 일부조항에 대해서만 재의를 요구하는 경우다. 이 역시 보류거부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부분 적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대통령은 법안의 일부 또는 수정으로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53조 3항)”고 일부거부를 금지하는 것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소야대’때 거부권 봇물…“대통령 거부권 근거는 헌법수호”

박 대통령이 임기 중 두 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헌정사상 대한민국에서 거부권 행사는 총 66차례가 됐다. 이중 14건, 25건이 각각 제헌국회와 2대 국회때 일어났다. 이승만 전 대통령때다. 이 전 대통령이 이후 6건(3대 국회 3건, 4대 국회 3건)을 더 했으니 혼자서만 45건의 거부권을 행사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을 빼면 21건으로 줄어든다. 이 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많이 한 것은 아직 대한민국이 초창기인데다 6.25 동란등을 거치면서 국가체계가 잘 자리잡히지 못한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무시못할 것도 있다. ‘여소야대’다. 2008년에 법제처에서 발간한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에 대한 고찰’ 보고서는 “당시에는 정당제도가 자리잡지 않아 국회에서 무소속이 상당부분을 차지했고, 대통령이 국회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2대 국회의 경우 무소속 의원이 총 210석 중 126석으로 절반 이상이었고 친 이승만계 의원들은 단 57석에 불과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거부권이 많이 행사된 것은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이후 국회에서 가장 많은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13대 국회때로 총 7차례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때로 노 전대통령의 정당인 민정당은 총 299석 중 125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다. 그 다음으로 많은 16대 국회(4건)때에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당인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다른 정당들 보다 적은 의석수를 차지했다. 반면 안정적으로 ‘여대야소’였던 18대 국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번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결국, ‘여소야대’국회에서 대통령과 의회는 전보다 더 많은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되고 이것이 잦은 거부권 행사로 나타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오는 30일부터 출범하는 20대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당인 새누리당이 122석에 불과해 16년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실현되게 됐다. 전보다 잦은 거부권 행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사태는 그 ’전조곡’일수도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상에 규정되어있는 엄연한 합법적 권리다. 삼권분립을 주창하는 우리 헌법이 행정부에 부여한 대(對) 입법부 방어수단이다. 2011년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대통령 법률안거부권의 의의와 사례’를 보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수호의무 및 기본권 보호의무에 근거를 둔다”고 적시하고 있다. 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단순한 의회와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행사하려고 할 때 권한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2008년 법제처 보고서는 “국회의 경솔·부당한 입법의 방지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거부권의) 행사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