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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워크숍 현장메모①] 유소년 지원, 이익을 넘어선 대승적 관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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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8 10:21:46 수정 : 2016-05-28 10: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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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를 마치면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V-리그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통합워크숍을 개최한다. 이번 2016 KOVO 워크숍은 26일부터 1박2일로 강원도 춘천의 엘리시안 리조트에서 열렸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각 구단 감독 및 코칭스태프, 심판, 전문위원, 언론관계자 등 프로배구계에 종사하는 100여명의 인사가 모여 V-리그의 발전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한 마디로 'V-리그판 공론장'(Public Sphere)이 바로 KOVO 워크숍이다. 이번 워크숍의 하이라이트였던 분임토의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의된 내용은 프로구단들의 연고지 고등학교 지원 방안과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보완이었다.

양질의 유망주들이 배출되어야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게 V-리그인 만큼 프로 구단들은 물론 모든 인사들이 유소년 육성을 위한 지원에는 동의하고 있는 바다. 이는 지난해 열린 워크숍에서도 논의됐으나, 방법론을 두고 각 구단들의 목소리가 달라 아직 제대로 된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유소년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대전제 아래 갖가지 방법론을 두고 설전이 오갔다. 가장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연고지 내 고등학교를 프로구단이 지정해 지원하자”는 의견과 “각 구단들이 공동기금을 모아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프로구단들은 기업이다. 기업의 제 1의 덕목은 이윤 창출이다. 가시적인 이익과 성과가 있거나 혹은 예상되어야 그들도 주머니에서 자본을 꺼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프로 구단들 입장에서는 연고지 내 고교, 혹은 구단별로 지정된 고교에 직접 투자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유망주 선수들을 본인 팀으로 데려올 수 있어야 투자 동기가 생긴다. 그러나 이는 프로구단이 없는 지역의 고교 배구팀을 어떤 팀에 배정해야 하는가, 구단별 연고지 고교팀들의 수준 차이 등의 형평성 문제와 프로구단의 투자 선정 고교에서 제외된 고교팀들의 고사, 자기 연고지 고교로 선수들을 빼오는 편법 등의 부작용이 생길 소지가 있다. 이에 KOVO는 “우선 한 구단이라도 먼저 시작해 연착륙하고 성과를 낸다면 다른 구단들도 동참할 것이다”라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이진 않는다.

관점을 달리해보면 어떨까. 유소년, 유망주 지원과 육성을 ‘어떻게 하면 우리가 투자한 고교팀의 유망주 선수를 우리 팀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식의 각 구단별 이익의 차원이 아닌 V-리그 나아가 한국 배구의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으로 유소년 지원을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 고교 배구팀들은 점점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프라가 취약해진다는 것은 곧 V-리그의 경기력과 한국 배구의 국제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를 막기 위해선 한국 배구의 최상위에 있는 프로구단들이 기업적 이익을 넘어선 대승적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침 KOVO가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를 자유 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꾼 것도 유소년 지원과 연관이 있다. 그간 거품이 많이 끼었던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출하고, 그 차액을 유소년에 지불하자는 취지도 분명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했던가. 트라이아웃 제도는 시행됐고 분명 예년에 비해 외국인 선수의 연봉 감소분이 생겼을 텐데도 유소년 육성에 투자하는 데 주저하는 몇몇 구단들이 있다. 너무나 아쉬운 모습이다. 이제는 모든 구단들이 동참해 유소년 육성 기금을 공동으로 출연해 그 파이를 늘리고, 이를 전국의 고교 배구팀에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배구부의 폐부를 고민하는 고교는 배구부를 유지하게 하고, 명문팀들은 양질의 코칭과 장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유소년 배구가 산다. 다만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실히 갖추고, 고교팀들이 지원 기금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를 꼼꼼히 따지는 사후 처리도 매우 중요하다.

유소년 지원에 주저하는 몇몇 구단들에게 고한다.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군림하기 힘든 스몰마켓 팀일수록 유망주가 많이 배출되는 게 곧 자신들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

춘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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