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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칼럼] 구조조정 담당할 민간주체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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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9 22:06:56 수정 : 2016-05-29 22: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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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구조조정 본격화
민간·정부 역할분담 성공적
GM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주체 많으면 효율성 등 증가
육성·발전시키도록 노력을
영화 ‘업 인 디 에어’에서 주연 배우 조지 클루니는 주인공 라이언 빙햄의 역을 맡아 연기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역할이 흥미롭다. 주인공은 해고통보 전문가로서 고용자를 대신해서 인력구조조정을 담당한다. 그는 해고 담당 에이전시에 속해 일하면서 해고통보를 위해 미국 전역을 오가느라 비행기를 수도 없이 탄다. 그는 해고통보를 하면서도 대상자들의 감성을 잘 어루만지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를 보면 별의별 직업이 다 있다 싶기도 하지만 거꾸로 미국 민간 구조조정시장의 넓이와 깊이를 짐작하게 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M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미국 정부는 상당한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민간 전문가를 투입해 구조조정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고 스스로 뒤로 물러섰다. 미국 정부가 2009년 GM 파산 이후 투입한 공적자금은 약 495억달러이다. 그리고 2013년 12월까지 GM 지분 매각 대금이 총 392억달러에 달했으니 정부는 약 10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구제금융 투입이 120만명의 실업을 막았고, 조세 수입 349억달러 감소를 막았다는 평가가 있어서 손해 본 장사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공적자금 회수에 집착하지 않고 공적자금을 더 큰 위기나 손해를 막기 위해 쓴 비용으로 인식하는 유연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GM 구조조정에서는 민간 전문가의 몫이 컸다. 월가 출신 스티븐 래트너가 구조조정 담당 수장으로 임명됐는데, 그는 리먼브라더스와 모건스탠리 같은 투자은행에서 일한 적도 있고 사모펀드인 쿼드랭글 그룹을 창업하기도 한 전문가였다. 그는 GM조직을 올드GM과 뉴GM으로 분류해 전자는 매각하거나 폐쇄했고, 후자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회생시켰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은 분명했고 성공적이었다. GM의 올해 1분기 순익이 10억달러 수준으로 발표된 것을 보면 회생작업의 성공은 확실해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조선과 해운 등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사실 우리 경제에 있어서 구조조정 작업은 외환위기 때 본격화된 바 있고, 그 이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드물다 보니 정부부문이 주도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간시장 육성이 더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오너 경영이 아직 많은 것이다. 내가 만든 기업인데 하면서 미련이 강하다 보니 기업이 어려워지는데도 살릴 수 있다는 믿음만 가지고 계속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힘들어진다 싶을 때 손을 털고 민간 사모 투자펀드(PEF) 등에 넘겨야 회생의 기회도 생기고 민간시장이 발전하는데, 오너 경영자가 망가질 때까지 기업을 계속 붙잡고 있다 보니 구조조정 기회도 놓치고 기업은 파산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의 힘이 약하다 보니 현재 구조조정 작업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만큼 정보와 경험이 많은 주체가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민간주체를 키우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향후에는 다양한 주체가 시장에 출연하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PEF나 헤지펀드 중에서 벌처 내지 턴어라운드형 투자자, 즉 어려워진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후 이에 대해 구조조정과 회생을 주도하는 전문 투자자가 시장에 다양하게 출연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나 산업정책 차원에서나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주체가 출연할수록 구조조정 작업은 쉬워진다. 또 이들 사이에 경쟁이 붙게 되면 효율성도 증가한다. 우리와는 악연이었지만 론스타 같은 펀드의 경우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들이 파산한 후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하우를 쌓으며 성장한 바 있다. 향후 민간 중심 구조조정시장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면서 구조조정을 담당할 수 있는 다양한 민간주체를 육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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