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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록도 비극’ 특별재판, 인권 지키는 디딤돌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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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9 22:07:28 수정 : 2016-05-29 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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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이 다음달 20일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특별재판을 열기로 했다.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 재판으로, 과거 한센인들이 당한 강제 단종(斷種)과 낙태 실상을 낱낱이 조사하기 위해 재판정을 소록도로 옮겨 연다고 한다. 40년 넘게 한센인을 돌본 오스트리아의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도 불러 증언을 듣기로 했다. 피해 한센인 500여명이 2011년 제기한 1심에서는 단종 피해자에게 3000만원, 낙태 피해자에게는 4000만원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이미 내려졌다.

소록도는 비극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다. 아직도 많은 한센인이 모여 산다. 이들의 인권이 참혹하게 유린당한 뿌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부부 동거를 조건으로 소록도 한센인은 단종 수술을 강요받았다. 거부할 경우 폭행, 협박, 감금이 자행됐다고 한다. 그때 쓰인 수술대와 인체해부대, 감금실, 사망한 한센인의 화장터는 아픈 기억을 간직한 채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한센인 인권유린은 소록도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인천, 익산, 칠곡, 안동에서도 행해졌다고 한다.

이번 특별재판은 단순한 2심 재판을 넘어 역사적인 의의를 갖는다. 때마침 국립소록도병원은 올해 개원 100주년을 맞았다. 한센인 강제 단종과 낙태는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참혹한 인권유린은 잘못된 지식과는 별개의 문제다. 현장의 증거를 하나하나 살펴 ‘100년의 인권유린’에 종지부를 찍고 역사적인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권유린은 국가권력에 의해서만 자행되는 것이 아니다. 폭력과 차별에 절망하는 약자는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 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광주 인화학교에서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자행된 ‘도가니’ 성폭행 사건은 참혹한 우리의 현실을 너무도 잘 말해 준다. 도가니 사건 이후 인권 보호를 소리쳤지만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아직도 곳곳에서 인권 침해행위가 버젓이 행해지는 형편이다. 이달 전북 남원의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적발된 사회복지사들의 장애인 무차별 폭행과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는 한 예일 뿐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이번 소록도 특별재판은 인권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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