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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문화재 다시 만들 듯 그립니다”

입력 : 2016-05-31 21:36:07 수정 : 2016-05-31 22: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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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펜화 개척’ 펜화가 김영택
황룡사 9층목탑 등 280여점 작업
펜화가 김영택(71)씨는 0.03㎜의 가는 펜촉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세밀화가다. 펜촉을 사포로 갈아 0.05㎜, 0.03㎜ 굵기로 만든 뒤 혼신을 다해 도화지에 50만∼80만번 선을 그으면, 도화지 위에 국내외 건축 문화재가 마법처럼 나타난다. 일정 거리에서 보면 사진처럼 또렷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마다 굴곡이 다르다. 의도적으로 자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서양 펜화처럼 인위적이지 않고 멋스럽다.

그는 “펜화가 시작된 서양은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 이 탓에 작품에 ‘기록’은 남았지만 ‘혼(魂)’이 담기지 않았다”며 “펜화를 시작할 때부터 ‘한국적 펜화’를 염두에 뒀다. 검은색만 사용했지만 건축물 돌마다 다른 색감이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작품들을 설명했다.

펜화가 김영택씨가 자신의 작품 ‘황룡사 9층 목탑’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945년 인천에서 태어난 그는 창영초교, 인천중학교, 제물포고교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1993년 국제상표센터에서 전 세계 정상급 그래픽디자이너 가운데 54명에게 주는 ‘디자인 앰배서더’ 칭호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디자이너로서 성공의 정점에 도달한 순간 우연히 ‘펜화’를 접한 뒤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화가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사진이 등장하면서 서양의 펜화는 점차 사라졌는데 나는 ‘다른 가능성’을 봤다”면서 “그 가능성은 펜화가가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린 작품만 280여점. 판화본으로는 3000여점이 넘는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황룡사 9층 목탑’이다. 고려시대 때 몽고의 침입으로 잿더미가 돼 지금은 주춧돌만 남은 신라시대 ‘호국의 상징’이다. 그는 “건축 문화재는 단순히 옛 건물이 아니다. 옛사람들의 혼과 정신이 온전히 담긴 아름다움의 ‘정수(精髓)’”라며 “우리 사회가 서구화되면서 우리 옛 건물의 아름다움을 못 보거나 가벼이 여기는 풍조를 바꾸고 새롭게 문화재를 만드는 심정으로 작품을 그린다”고 덧붙였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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