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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레일타고 하늘가르고…일상의 피로가 '훌훌'

입력 : 2016-06-09 10:30:00 수정 : 2016-06-08 20: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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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천국 문경, 이색 매력 속으로
 경북 문경은 길이 발달해 지나치는 곳으로 여겨진다. 문경새재 외에 여행지로서 알려진 곳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이는 문경의 매력을 몰라서다.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폐광된 석탄 갱도를 들어가 볼 수 있고,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강과 산에서 할 수 있는 레포츠를 다 갖추고 있다. 아빠들이 오랜만에 가족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레일바이크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는 짚라인 타기, 하늘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등 원하는 수준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레포츠 천국 문경에서 자녀와 마음껏 스릴을 만끽해보자. 생각지도 못한 문경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경북 문경에서는 실제 석탄을 캔 은성갱도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갱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길은 막혀 있지만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섬뜩한 기분이 들 수 있다.
◆섬뜩함 느껴지는 갱도

문경은 가장 최근에 문을 닫은 국영 탄광이 있던 곳이다. 1994년 은성탄광이 폐광된 후 이 지역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초등학교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했을 정도로 붐볐던 지역이었지만, 옛 영화는 찾기 힘들다. 지금은 탄가루가 날리던 탄광이 관광지로 변신했다. 석탄박물관엔 문경 광부들의 생활상이 잘 그려져 있다. 광부들은 두 개의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파란 하늘과 갱도안 검은 하늘이다. 검은 하늘에서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에 광부들에겐 금기 사항이 많았다. 출근할 때 여성이 앞을 지나가면 출근하지 않고, 도시락에 밥을 담을 땐 네 번 푸지 않았다. 또 출근 전 아내가 남의 집을 찾지 않고, 출근 후 아내는 신발을 꼭 방 안쪽으로 향하게 놨다. 미신이지만 안전하게 돌아올 것을 고대하던 바람을 나타낸 것이다.

 
경북 문경 석탄박물관에 있는 각종 경고 표지.
경북 문경 은성갱도 안의 출입통제구역. 광부를 태운 축전차가 달리던 철길이 녹슨 채 방치돼 있다.
광부들은 탄광안에선 유독 쥐를 반겼다고 한다. 쥐가 나타나면 메탄, 일산화탄소 등 유독물질이 없다는 것이어서 안심하고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쥐는 갱내에서 발생하는 출수나 붕괴사고 등을 미리 예감하고 대피하기에 쥐의 움직임을 보고 광부들이 미리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점심때 싸온 도시락을 나눠주는 등 애틋한 관계를 유지했다.

경북 문경 석탄박물관의 축전차 모형. 광부들은 축전차를 타고 갱도 깊숙이 들어가 작업을 했다.
학생들에겐 박물관 관람은 따분할 수 있다. 하지만 석탄박물관에서는 학생들이 열차를 타고 탄광을 재현한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석탄이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를 지루하지 않게 동영상으로 설명하고, 탄광 개발의 역사, 붕괴사고 모습 등을 재현했다. 열차의 이름은 거미열차다. 석탄에 거미화석이 많이 나와 이름 붙여졌다. 실제 석탄을 캔 은성갱도 안은 걸어들어가 볼 수 있다. 갱도 입구에서는 찬 바람이 불어온다. 갱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길은 막혀 있지만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섬뜩한 기분이 들 수 있다. 탄광이 무너지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해 놨지만, 놀라는 여행객들이 많아 지금은 소리를 줄여놨다고 한다.

경북 문경 도자기박물관에서는 직접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기계가마가 아닌 전통 장작가마에서 굽기에 두 달 정도 지나야 받을 수 있다.
문경은 양질의 사토와 물, 땔감 등을 구하기 수월한 곳이다. 여기에 교통이 발달해 판로가 확보돼 도자기 생산이 활발했다. 문경도자기박물관에서는 직접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받는데 두 달가량 걸린다. 기계가마가 아닌 전통 장작가마에서 굽기에 어느 정도 수량이 모여야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자유를 한 가득

경북 문경을 찾은 여행객들이 레일바이크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여행에선 그동안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했던 아빠들이 고생을 해야한다. 그렇다고 너무 힘을 빼면 다른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이런 면에서 레일바이크가 적격이다. 4명이 탈 수 있는 레일바이크에는 오른쪽 앞좌석에 전동기가 달려 있다. 다른 자리에도 페달이 있지만 실제 바퀴를 굴리는 자리는 이 자리다. 아빠 자리는 여기다. 경쟁하는 것도 아니니 천천히 페달을 돌리며 주변 풍경을 구경하면 된다. 문경엔 폐광된 후 사용하지 않은 철로를 활용한 5곳의 레일바이크역이 있다. 진남역, 불정역, 구랑리역, 문경역, 가은역 등 각각 5곳에서 출발해 탑승한 곳으로 돌아온다. 진남역은 강을 끼고 도는 터널로 유명하고, 가은역과 불정역은 간이역사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문경역은 문경새재와 가깝다.

경북 문경에서 짚라인을 타면 허공을 가르며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스릴을 느끼려면 짚라인이 기다린다. 와이어로 연결된 줄에 매달려 이동하는 레포츠다. 와이어를 타고 이동할 때 ‘지잎’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 ‘짚라인’이라 불린다. 이 소리가 사람의 가슴을 떨리게 한다. 처음엔 두려움에 출발 지점에서 발을 떼기 힘들다. ‘지잎’ 소리가 들리면 아래로는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허공을 가르며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총 9코스로 구성된 문경의 짚라인은 82∼366m 까지 길이가 다양하다. 몸무게 30㎏ 미만인 아이들은 조교들이 같이 안고 탄다. 아이들보다 아빠들이 더 겁을 내는 곳이다.

경북 문경의 클레이사격장을 찾은 여행객들이 엽총을 쏘고 있다.
연인끼리 찾았다면 클레이 사격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도 좋다. 발사대에서 공중으로 쏘아올린 주황색 점토접시를 엽총을 맞췄을 때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남자들이 군대를 갔다왔다고 해서 꼭 잘하는 것이 아니다. 움직이는 표적이어서 조준 사격이 아니라 표적을 따라가며 쏴야한다. 오히려 여성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문경 레저활동의 하이라이트는 패러글라이딩이다. 오르는 길부터 긴장하게 한다. 차를 타고 울퉁불퉁한 산 길을 10분가량 오르면 활공장에 도착한다. 해발 860m 활공장에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풍경을 담을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월드컵이 열린 곳이어서 바람이 좋아 달리거나 할 필요도 없다. 처음 접하는 여행객도 전문강사와 함께 타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패러글라이더의 날개부분인 캐노피가 바람을 안으면 서서히 몸이 떠 어느새 활공장 위에 떠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새도 잠시 활공장을 벗어나 아래로 보이는 풍경에 아찔해진다. 하지만 이내 하늘에 떠 있다는 생각에, 하늘을 날고 있다는 생각에 ‘와’하는 환호성과 함께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초보자들이 보통 타는 체험코스는 10분이다. 금세다. 착륙지점에 도달하면 10분이란 짧은 시간에 아쉬움이 남는다.

문경에선 약돌을 갈아 돼지 사료에 첨가해 키운 약돌돼지나 한우가 유명하다. 또 옹기에 초벌구이한 돼지고기와 ‘갱식이’를 먹을 수 있는 식당 ‘옹기에 한가득’도 있다. 갱식이는 경북지역에서 먹던 음식으로 콩나물과 김치, 수제비, 국수, 밥 등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숙박은 문경온천 인근이나 문경새재의 유스호스텔, 모텔 등을 이용하면 된다.

문경=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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