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미인도'가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인지를 놓고 수사 중인 가운데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귀국한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어머니와 가족 모두 크게 고통받았다"고 토로했다.
전날 밤늦게까지 검찰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은 김 교수는 "(위작 논란으로) 어머니가 고통을 당하신 것도 그렇지만 그것을 넘어 어떻게 한 국가기관과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개인을 그렇게 인격적으로 짓밟을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음 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어머니의 추모 전시회가 대규모로 열린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미인도 사건 진술 조서를 작성하고 미인도가 검찰에 제출되는 일이 겹쳐서 안타까운 마음이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더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일로 어머니가 굉장히 낙심하셨다"면서 "어머니는 그림을 많이 그리는 분도 아니었다. '미인도' 같은 여인상 그림은 1년에 10점도 안 그리실 만큼 한 점씩 몇 달을 붙잡고 정성을 쏟았다"면서 천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기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머니가 작품을 자식처럼 대한다는 말이 정말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작품을 사랑하는 분한테 엉뚱한 그림을 갖다 대고 본인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더 나아가서 거짓을 동원해 진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있으니 어떻게 상처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남의 그림 모사하는 것도 옳지는 않지만 더 나쁜 것은 미술관에 그런 작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덮기 위해 거짓을 동원한 기관과 단체"라며 "아무리 권위 있는 기관이라도 잘못했다면 정정당당하게 시인해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더 일반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위작 논란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수십년째 계속되는 데 대해 "처음 한 거짓말을 자꾸 덮으려고 하다 보니 25년이나 사건이 계속됐다고 본다"면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과거 거짓과 왜곡된 사실을 유포해 국민을 오도한 점도 짚고 넘어가 국민의 알권리를 찾아 드리는 것도 중요하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어제 조사를 받으면서 보니 검찰이 이 문제를 아주 소상히 파악하고 있고 상당히 진지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찰 수사를 믿고 최대한 협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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