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반도 리포트] 중, 남북관계 '시계제로' 틈타 어족자원 싹쓸이

관련이슈 한반도 리포트

입력 : 2016-06-14 19:55:10 수정 : 2016-06-14 21:32: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꽃게철 서해 NLL 긴장 고조
어족자원 보호 차원에서 꽃게를 잡을 수 없는 기간으로 설정된 금어기(禁漁期)가 임박하면서 막판 꽃게잡이에 몰입한 남북한 어선 간 서해 5도에서의 해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돌을 예방하려면 남북 군 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시계 제로’ 상황이다. 그 사이 중국은 남북의 해상 ‘화약고’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제집 안방 드나들듯 활개치며 우리 바다의 어족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서해 5도 어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NLL을 넘어 한강 하구까지 침입해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에 대한 정부의 단속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선단을 이뤄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연평도 인근 해역에 출몰한 중국 어선은 133척에 달했다.
연평도=연합뉴스
◆반복되는 꽃게철 ‘꽃게 전쟁’

봄철 꽃게 성어기(盛漁期)인 4∼6월 서해 NLL 일대에서 벌어지는 ‘꽃게 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평도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들어온 물과 토사가 모이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다. 먹이가 풍부하고 주변 수심이 5m 내외로 얕아 산소 공급 역할을 하는 거머리말(잘피)이 잘 자란다.

중국 양쯔강 하구에서 서식하는 꽃게들이 산란을 위해 서해 연안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꽃게 산란기는 7∼8월 두 달이다. 이때는 우리 어선의 꽃게 잡이가 금지된다.

산란기 직전인 5∼6월은 남북한 어선의 가장 활발한 조업 활동이 이뤄지는 기간이다. 서해가 꽃게잡이의 ‘황금어장’으로 떠오른 이후 해마다 꽃게 산란기 직전인 이맘때 남북 간 우발적 해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1차적 배경이다.

서해 연안에서 꽃게 잡이가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 초반 들어서다. 1998년 서해 연안의 꽃게 어획량은 약 9000t에 달할 정도로 풍어를 기록했다. 그해 북한도 꽃게 어획량이 2400t에 달했고 전량을 중국과 일본 등에 수출했다. 꽃게는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의 최대 소득원인 동시에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효자 역할을 했다.

군사전문가 출신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2013년 펴낸 저서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에서 ‘꽃게와 해파리의 법칙’으로 꽃게잡이와 서해 바다의 평화 간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꽃게가 많이 잡히는 시기엔 연평해전처럼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수온 상승으로 해파리가 창궐해 꽃게 수확량이 급감한 시기엔 남북 간 교전 발생이 없다는 내용이다. 
쇠창살 무장한 中 무허가 어선.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1연평해전이 일어난 1999년부터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2002년까지가 서해의 황금어장기였던 점은 우연이 아니라는 견해다.

탈북어부 출신인 최동현 겨레얼학교 대표는 “이때는 북한도 영해에 들어온 중국어선 단속을 많이 했다”며 “(중국은) 쌀이나 밀가루 같은 식량으로 교환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수산활동 관리 경험이 있는 전주명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장은 “NLL 인근 조업 단속에 나가는 배는 특수기관 소속인데 선박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김일성과 항일투쟁을 한 인연이 있는 사람의 배를 허가해주는 대신 기름 등의 물품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기름 부족 등으로 북한이 단속을 포기하고 중국 어선에 자국 영해 내 조업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조업권과 관련된 부분은 (중국 어선에 판매했을)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악화 틈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행태

산란기 조업이 금지된 우리 선박과 달리 중국 어선은 산란기에도 보란 듯이 서해 바다에 장기간 체류하며 어족을 초토화한다. 중국 어선의 물고기잡이는 어족자원을 원천적으로 고갈시키는 방식이라는 게 어민들의 지적이다. 어족자원 보호 차원에서 금지한 쌍끌이 저인망과 현망을 이용해 새끼를 낳아야 하는 암꽃게까지 다 잡는다. 꽃게 ‘씨’를 말려버리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인천해역 자원량(부화한 어린 꽃게 개체 수)이 2013년 3만602t→2014년 2만2628t→2015년 1만5469t으로 급감한 주된 이유다.

일몰 이후 조업이 금지된 우리 어선과 달리 중국은 야간 작업을 한다는 것도 우리 어민들로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다. 

성도경 연평선주협회장은 “중국 어선은 서해 연안에서 금지한 어업 방식인 쌍끌이 저인망 또는 현망을 이용해 꽃게를 잡는다”며 “중국 어선은 어종이 존재하지 않는 1∼2월을 제외하고 3∼12월 열 달 동안 서해에 머무르며 무자비하게 어족을 쓸어가는데 어획량은 우리 어선의 50∼100배에 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회장은 “중국의 어획 강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방식이 서해 어장을 황폐화한다는 점”이라며 “쌍끌이 어선 조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인공어초를 설치하고 우리 어민들에게도 야간 조업을 허용하는 쪽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주 어선서 작전중인 특수대원 지난 11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의 한 해상특수기동대원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불법조업하다 해경의 단속을 피해 도주 중 나포된 50t급 중국 어선의 조타실 철문을 절단기로 개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과 해경 등의 한강 하구 중국 어선 퇴거작전은 낮시간대에 잠깐 이뤄진 ‘보여주기식’ 단속이라는 게 연평도 어민들 반응이다. 주로 야간에 작업하는 중국어선 단속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재개될 것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다.

박태원 연평 어촌계장은 “그게 무슨 단속이냐”며 “반짝단속에 그칠 게 아니라 꽃게잡이철에는 해경뿐 아니라 해군을 투입해 제대로 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 규모는 증가세다. 2013년 꽃게철인 4~6월 1만5500여척에서 2015년에는 2만9600여척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연평도를 관할하는 인천시 옹진군 자료에 따르면 서해 5도 내 정식 어업허가를 받은 배는 244척이다. 어업 선박 규모만 놓고 봐도 ‘도둑’이 ‘주인’ 행세를 하는 양상이다. 인천시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중국어선 문제는 근본적으로 중국과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자국 어선의 불법적 행위를 방치하는 중국 정부에 우리 외교당국이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할 때”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