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도 ‘연장자의 지혜’ 필요성 역설
권좌 잃은 개코원숭이는 급속히 노화
늙은 동물들 무리 속에서 생존 양상 소개
앤 이니스 대그 지음/노승영 옮김/시대의창/1만6800원 |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 직원들은 개체수가 너무 많아진 코끼리를 사살했다. 같이 살던 어린 코끼리는 인근의 공원과 보호구역으로 보냈다. 19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런스버그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젊은 수컷 코끼리들이 관광객을 공격하고, 코뿔소를 엄니(상아)로 들이받아 죽였다.
1996년 난동의 주역은 1980년대 보호구역으로 보내져 젊은이로 성장한 코끼리들이었다. 두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학자들은 “젊은 코끼리들이 기괴한 공격성을 나타낸 주된 이유는 고아로 자라면서 어른의 감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가모장 코끼리의 주도 아래 사회화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의 사살로 교육의 주체가 부재했고,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마구 분비할 때” 사달이 난 것이다.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에서 늙은 동물은 약자일 수밖에 없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인간의 노년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를 띤다. 사진은 코끼리. |
망코개코원숭이 |
라마 |
노년의 삶에서 간과할 수 없는 죽음, 동물 세계에서는 어떨까. 짝의 죽음은 동물에게도 큰 충격이다. 라마 ‘분’, ‘브리짓’은 꽤 오랫동안 생을 함께했다. 그런데 분이 27살이 되어 갑자기 죽자 브리짓도 이튿날 세상을 떠났다. 코끼리 ‘다미니’는 함께 살던 암컷 ‘참파칼리’가 출산 중에 목숨을 잃자 슬픔에 젖어 아무것도 먹으려 들지 않았다. 다미니가 같은 운명을 맞은 건 참파칼리가 죽은 지 24일 만이었다.
책은 늙은 동물의 번식, 가족, 양육, 짝짓기 등 다양한 삶의 양상을 보여준다. 쉽게 서술한 데다 인간의 노년을 떠올리며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한데 모아 엮었기 때문에 단편적인 정보 위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아쉽다. 책에 실린 내용을 동물 전체로 일반화할 수도 없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상당수 정보는 불가피하게 일화적이다. 늙은 개체에 대한 관찰이 같은 종의 다른 개체에게도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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