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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디지털세계] 플로피디스크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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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1 22:44:19 수정 : 2016-07-02 01: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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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통신 없던 시절
유일한 저장·이동 매체
바이러스 옮겨 낭패 보기도
용량 커졌지만 수명 10∼20년
100년 가는 천공카드엔 못 미쳐
IT(정보기술)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실감하려면 데이터 이동·저장 매체의 발달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IT 역사에서 첫 데이터 저장매체는 긴 종이에 원형 구멍을 뚫어 정보를 기록하는 천공(펀치)카드였다. 첫 등장이 무려 17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섬유제조업자였던 조세프 마리 자카드가 방직기계에 섬유 패턴을 자동으로 짜 넣기 위해 개발했다. 산업혁명 이후 한동안 방직기는 당대 첨단 기술의 집약체였다. 이후 천공카드는 IBM 창업자 허먼 홀러리스 등에 의해 비로소 컴퓨터 프로그래밍·데이터 저장 등에 활용된다. 하지만 저장 용량은 천공카드 한 장에 960비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박성준 산업부 차장
천공카드 다음으로 등장한 게 마그네틱 테이프이다. 1963년부터 오랫동안 쓰였는데, 업무용 대형 마그네틱 테이프뿐 아니라 1980년대 애플 컴퓨터 등에선 음악을 녹음하던 카세트 테이프도 데이터 저장매체로 쓰이곤했다. 어린 시절 애플2나 MSX 같은 값비싼 개인용 컴퓨터를 갖고 있던 친구 집에서 게임이라도 할라치면 몇십분씩 테이프가 돌아가며 데이터 로딩하는 것을 초조하게 지켜봐야 했다. 저장용량은 대형 마그네틱 테이프라 해봐야 2.3MB에 불과했다고 한다.

나이 든 이에게 ‘3M’ 제품으로 친숙한 데이터 저장매체는 아무래도 플로피 디스크다. 사각 케이스 안 자성체 원판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1971년 IBM이 최초로 개발한 8인치에 이어 1976년 선보인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국내에서도 개인용컴퓨터 보급과 더불어 널리 쓰였다. 탄성 있는 소재로 만들어져 잘 휘어지면서 ‘퍼덕퍼덕 팔랑거린다’ 하여 플로피(Floppy)라는 이름이 붙었다.

1981년 등장한 3.5인치짜리는 더 이상 팔랑거리지 않는 딱딱한 재질이었지만 플로피디스크란 이름은 버리지 못했다. 데이터 저장용량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국내에선 5.25인치는 360kB, 1.2MB짜리와 3.5인치 1.44MB짜리가 많이 쓰였다. 인터넷은 물론 데이터 통신도 없던 시절엔 거의 유일한 데이터 저장·이동 매체였다. 플로피 디스크 등장 이후 서울 세운상가 수많은 컴퓨터상에선 각종 프로그램을 플로피 디스크에 복제해주는 불법이 성행했다. 웬만한 게임·프로그램 저장에는 서너장 이상의 플로피 디스크가 필요했다. 자기장·충격에 약해 어렵게 세운상가까지 가서 복사해온 최신 게임을 담은 플로피디스크 중 하나에서 ‘에러’라도 나면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었다. 지금은 컴퓨터 바이러스가 주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지만 이 당시는 플로피 디스크가 컴퓨터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였다.

이후 ‘집 드라이브’, ‘재즈 디스크’ 등이 선보이긴 했으나 데이터 저장용량과 편의성 등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룬 건 콤팩트디스크(CD-RW)다. 1997년 700MB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용량을 한번에 담을 수 있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충격·오염 등에는 끄떡없어 플로피 디스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듬직했다. 저장용량의 비약적 상승은 컴퓨터 이용 환경의 급변화를 일으켰다.

이후 데이터 저장매체의 진화 속도는 더욱 숨가빠지고 있다. CD보다 7배쯤 더 많은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DVD-RW가 2001년 등장했으나 이조차 메모리 반도체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USB 플래시 드라이브에 밀려났다. 수십년간 메인 저장장치로 활약해온 하드디스크 역시 SSD(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지금 대세인 USB와 SSD의 수명도 오래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미 데이터를 네트워크에 올려놓고 모바일 인터넷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꺼내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된 상태다. 또 장차 선보일 ‘차세대 저장기술’로는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저장 용량과 속도에서 획기적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저장용량은 이처럼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그 수명은 그렇지 못하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외한다면 플로피 디스크 수명은 10∼20년, CD는 2∼5년, USB메모리는 10년쯤으로 평가된다. 가장 오래 보존 가능한 건 100여년쯤인 천공카드다.

박성준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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