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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대표’ 연출가·작가가 30년 만에 뭉쳤다

입력 : 2016-07-06 20:58:24 수정 : 2016-07-14 16: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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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출과 윤대성 작가, 고선웅 연출과 고연옥 작가. 연극계의 대표적 연출가와 작가들이 손잡았다. 각각 노장과 중견을 대표하는 이들이 짝을 이뤄 신작을 내놓았다. 거장 연출가인 이윤택과 윤대성 작가는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공연으로 ‘첫사랑이 돌아온다’를 공연한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연출가 고선웅은 고연옥 작가와 ‘곰의 아내’를 올린다. 2015년 고 작가에게 제5회 벽산희곡상을 안긴 ‘처의 감각’을 무대화했다.


연극 ‘첫사랑이 돌아오다’
◆새롭게 바라본 치매… “치매는 마지막 날갯짓”


이 연출과 윤 작가가 뭉친 건 30년 만이다. 이 연출은 30년 전 스승 윤대성의 작품 ‘미친동물의 역사’를 각색한 ‘죽음의 푸가’를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공연했다. 연희단거리패 창단 공연이었다. 30년이 흐른 현재 연희단거리패는 연극계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가진 극단으로 성장했다.

윤대성은 드라마와 영화로 잘 알려진 거장이다. 1980년대 드라마 ‘수사반장’ ‘한지붕세가족’, 1980∼90년대 영화 ‘방황하는 별들’ ‘그들도 우리처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을 썼다. 77세 희수를 맞은 거목이 붙잡은 화두는 ‘치매’다. 신작 ‘첫사랑이 돌아온다’를 통해 치매의 고통스러움 대신 기억과 사랑의 의미를 소박하고 따뜻하게 성찰한다. 윤 작가와 이 연출은 치매를 ‘삶의 황혼에 주어진 마지막 날개짓’으로 바라본다. 아름다웠던 시절을 돌아보고 가장 빛나던 순간을 생의 마지막 기억으로 가지고 떠나기 위한 몸짓, 또는 삶의 흔적을 복원하는 마지막 몸부림이 치매라고 여긴다.

극의 배경은 치매환자가 모인 요양병원이다. 잘못된 결혼의 기억을 지우고 사랑했던 남자를 기다리는 할머니와 첫사랑 여인을 찾아나선 할아버지가 만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첫사랑으로 착각하고, 할머니는 그를 위해 기억을 재구성한다. 할머니 역할은 연희단거리패 배우장 김미숙, 할아버지는 배우 김철영이 연기한다.

연희단거리패가 세운 게릴라극장은 지난해 창작극 개발을 위해 윤 작가와 윤대성희곡상을 공동으로 신설했다. 이 희곡상의 수상작 두 편과 윤 작가의 신작을 엮어 이번에 윤대성 기획전을 마련했다. 공연은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열린다.
연극 ‘곰의 아내’
◆곰과 결혼한 여자와 결혼한 남자


‘곰의 아내’는 서울문화재단과 극공작소 마방진이 공동제작했다. 연극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견 작가 고연옥의 ‘처의 감각’을 고선웅이 각색·연출했다. 삼국유사 웅녀 신화를 모티브로 한다. 한 여성이 곰의 새끼를 낳고 숲에서 살다가 우연히 한 남성을 만나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도시로 나온 여성이 부딪치는 세상사를 통해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지, 인간이 짐승보다 나은지 묻는다. 원시와 문명, 자연과 인공, 짐승과 인간 등 대립된 요소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곰의 아내를 치유하려는 무당은 “넌 꼭 사람이 돼야 해. 그래야 인간처럼 살 수 있어”라고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무당의 말은 공허하게 울린다.

고 연출의 색채는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면 옅은 편이다. 모순과 과장, B급 정서로 웃음을 유발하는 모습은 거의 없다. 고 연출은 평소 감정을 빼고 툭툭 던지듯 대사하기를 주문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지나치게 감정을 지운 인상이다. 신화적 상상력과 은유가 풍부한 고 작가의 글에 감정이 증발한 말투가 결합하니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가 자연스레 흐르며 흥미를 끌기보다 하나의 주제에 복무하는 풍경화들을 집합시켜 놓은 느낌이다.

곰의 아내 역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화장’에서 말기암 아내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이 연기한다. 공연은 17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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