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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파타고니아] 거리마다 빈틈 없는 원색의 벽화… 열정의 남미를 만나다

입력 : 2016-07-07 10:00:00 수정 : 2016-07-06 20: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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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미국 휴스턴의 밤을 뒤로하고 떠나온 비행기는 아침이 돼서야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과 시차가 12시간이 나는 남쪽으로 날아왔다. 휴스턴에 도착하면서 낮과 밤이 뒤바뀌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면서 가을에서 봄으로 계절이 달라졌다. 이제 정확히 지구의 반대쪽에 도착한 것이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미술작품에도 남미 특유의 원색이 가득하다.
시내 현대식 쇼핑몰 내부 전경.
식품 매장에 진열된 다양한 저장음식과 소시지.

시차가 뒤바뀐 탓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 공항은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만남을 기뻐하는 사람들로 분주하고 활기찼다. 공항을 가득 채운 남미식 스페인어 특유의 억양은 이별마저도 흥겨워 보일 정도로 들떠 있었다. 졸음 가득한 지친 몸을 이끌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 버스에 몸을 싣고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나서야 산티아고가 실감 났다. 몸은 피곤한데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로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창문 너머로 높은 빌딩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산티아고 도심으로 들어섰다. 글래스 타워의 유리창들이 아침 햇살에 빛을 반사하며 여행객을 맞아주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호텔 측의 배려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최대한 피곤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하니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짓던 프런트가 룸 키를 내놓는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지친 행색의 여행객을 나 몰라라 할 칠레 사람들이 아니다.

시차 적응은 당분간 포기하고 간단한 샤워 후 호텔을 나섰다. 산티아고를 둘러보기 위해 관광객용 시내 투어 버스인 ‘투리스틱(Turistik)’에 올랐다. 
투리스틱 버스의 2층 좌석은 도시명소를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투리스틱 티켓은 휴대가 간편하도록 손목에 찰 수 있는 밴드형으로 되어 있다. 1일권을 구입하면 정류장 어디에서나 승하차가 가능하다.
빨간색의 2층 시내 투어 버스 투리스틱. 좌석에 장착된 헤드셋을 끼면 장소와 문화적 배경설명이 오디오로 제공된다. 아쉽게도 한국어는 제공이 안 된다.

버스 2층에 앉아 시내 중심부를 돌아보았다. 정거장마다 많은 관광객이 타고 내린다. 대부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남미 대륙은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남미식 스페인어의 억양은 어디서나 흥겹게 들린다. 버스가 젊은이들로 가득한 거리에 정차한다. 노천 카페마다 커피와 맥주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천막 아래 ‘별자리 점’을 보는 점쟁이들.

산티아고에서 가장 흥겨운 동네라는 ‘베야비스타(Bellavista)’이다. 보헤미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지역은 개성 있는 건축물, 아름다운 자연, 밤놀이 문화와 쇼핑 등의 즐길 거리가 가득한 지역이다. 수많은 카페와 바, 갤러리와 부티크가 들어서 있으며, 오래된 주택이나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개성 있는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특히 피오 노노 거리는 노천카페가 길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바에서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추는 현지인들의 춤 실력도 감상할 수 있다.
산티아고 시내 거리의 벽면은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이 그림으로 가득하다. 형형색색 벽화들은 남미 특유의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강렬한 태양 아래 원색의 색감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만화 같은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힙합 문화의 그라피티, 아름다운 풍경화나 수준 높은 인물화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카페와 상점을 따라 거리의 벽면은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이 벽화들로 가득하다. 형형색색의 벽화들은 남미 특유의 강렬한 색감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도시 곳곳에 위치한 미술작품들에도 원색이 가득하다. 남미 예술가들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과감한 색감에 감탄하곤 했는데 이곳 산티아고에 서고 보니 강렬한 태양 아래 원색의 색감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베야비스타 벽화들에는 프로의 실력이 느껴질 정도로 수준급인 작품이 많다. 만화 같은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힙합 문화의 그라피티, 아름다운 풍경화나 수준 높은 인물화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벽화 구경에 한동안 거리를 헤매다 한적한 느낌의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칠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커피 한 잔으로 여행의 여유를 느껴본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 도심으로 향했다. 베야비스타보다 조금은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동네 ‘라스타리아(Lastarria)’에 내렸다. 산티아고 도심에 위치한 라스타리아는 수풀이 우거진 도심 공원과 즐비한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곳이다. 번화가에 위치해 있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모여 있어 번잡스럽기보다는 아늑하다. 물라토 질 데 카스트로(Mulato Gil de Castro) 광장을 따라 걸으면 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무세오 데 아르테스 비수알레스(시각미술 박물관)’에 들를 수 있다. 현대 미술관과 국립 미술관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문화와는 다른, 남미 특유의 현대 미술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한 콜롬비아 화가인 페르난도 보테로 등 유명한 남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층계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산타 루시아 언덕에 올라서니 산티아고 시내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언덕의 꼭대기가 바로 스페인 정복자 페드로 데 발디비아가 1541년에 산티아고를 세운 지점이라고 한다. 

한참을 걸어 라스타리아를 둘러보고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섰다.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다. 산티아고의 레스토랑은 점심시간 이후 잠시 문을 닫았다가 저녁 식사시간에 문을 연다고 한다. 그 시각이 성당의 저녁 미사가 끝나는 8시이다. 스페인의 영향도 크지만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저녁 개장 시간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산티아고 시내 노천카페마다 커피와 맥주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호텔의 추천을 받아 찾은 자그마한 레스토랑은 제법 많은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라기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라는 소개만큼이나 음식은 깔끔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스테이크와 함께 시킨 하우스 와인은 국내에서 맛본 고급 와인 부럽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칠레 와인은 가격에 비해 훌륭한 맛으로 유명하다. 현지에서 맛보는 칠레 와인은 그 저렴한 가격에 놀라고, 깊은 맛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칠레는 안데스산맥으로 단절돼 있어 포도 병충해로 유명한 ‘필록세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다. 미국의 포도나무가 필록세라에 적응하고, 유럽의 포도나무가 피해를 보았을 때도 칠레의 포도나무는 필록세라 영향 없이 와인을 생산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1860년 이전 유럽의 고전 와인 맛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칠레의 와인이 선사하는 취기와 함께 미뤄뒀던 잠이 몰려온다. 그렇게 칠레의 첫 밤이 지나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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