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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초록 물든 '숨' 영혼까지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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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4 10:00:00 수정 : 2016-07-13 21: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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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숲 우거진 장흥 우드랜드
전남 장흥 억불산 자락에 있는 우드랜드에 들어서면 울창한 편백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와 숲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놓인 4㎞ 가량의 산책길은 계단이 없어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객들도 힘들이지 않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한여름 쨍쨍 내리쬐는 햇볕은 부담스럽다. 피서를 가야 하는데, 전국이 한증막과 같은 찜통더위로 숨이 턱턱 막힌다. 더위를 피하겠다고 떠났는데, 더 덥다. 여행보다 오히려 시원한 사무실이 최고의 피서지란 웃지 못할 얘기까지 할 정도면 피서가 무의미해진다. 유명 가수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란 노래 제목처럼 그 방법을 찾아야한다. 이럴 땐 시원한 바다도 좋지만,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나무가 울창한 숲에 들어가면 푸른 숲 향기에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코끝에 느껴지는 그 상쾌함이 삼림욕의 대명사로 알려진 피톤치드다. 숲 속에 있다는 그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피톤치드가 온몸을 감싸주는 곳이 전남 장흥의 우드랜드다. 숨만 쉬어도 건강해진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전국 어디나 숲은 많지만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 편백나무로 숲이 잘 가꿔진 곳은 흔치 않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 발산량이 소나무의 4배에 이른다고 한다.

우드랜드는 억불산 자락에 있다. 조림가 손석연씨가 억불산 중턱 120㏊에 편백나무숲을 조성했는데, 장흥군에서 그 중 일부를 사들여 숙박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꾸몄다.

입구에 들어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울창한 편백나무들이 내뿜는 편백 향이 코끝을 찌른다. 숲을 거닐면서 향기가 코를 즐겁게 한다면,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은 새 울음소리다. 하지만 우드랜드에선 이 소리가 많이 안 들린다. 벌레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피톤치드의 영향이다. 나무가 자신에 해를 입히려는 벌레 등을 쫓기 위해 발산하는 것이 피톤치드인데, 편백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이 양이 많다 보니 숲에 벌레가 별로 없다.

산책로 끝에 이르면 비비에코토피아(풍욕장)에 이른다. 누드산림욕장으로 알려진 곳인데, 옷을 걸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직포로 만든 옷을 걸치고 들어간다. 물론 토굴이나 움막 등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선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편하게 있어도 좋다.

비비에코토피아에선 억불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3.8㎞의 나무데크 산책길이 놓여 있다. ‘말레길’로 이름 붙여져 있는데, 사투리다. 대청 또는 마루를 일컫는다. 가족들과 편하게 얘기하며 산길을 거닐 수 있도록 계단이 없다.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어린 자녀는 유모차에 태워 정상까지 갈 수 있다.
160년 전 조성된 ‘고영완 가옥’의 연못 주변을 울창하게 둘러싼 배롱나무.

우드랜드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장흥 출신으로 독립운동을 한 고영완 가옥이 있다. 작은 연못이 여행객을 반긴다. 연못을 배롱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배롱나무는 8월이면 붉은 꽃이 핀다. 배롱나무 꽃이 피면 마치 연못은 석양에 물든 것처럼 빨갛게 젖어든다. 벚꽃처럼 한 번에 우르르 피고 지는 것이 아니다. 
고영완 가옥 입구는 거대한 팽나무와 대나무들로 둘러싸여 음습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백나무처럼 가지마다 피고 진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겨울부터 피기 시작하는 동백나무와 비슷하다. 배롱나무는 여름이 한창일 때 피기 시작해 가을까지 이어진다.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고 선선한 가을을 맞으라는 듯 말이다. 연못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혀야 볼 수 있는 팽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주위로는 대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도로 옆에 있는 곳인데 갑자기 어두워지는 풍경에 음습한 기분이 들 정도다.
장흥 출신으로 독립운동을 한 고영완 가옥.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유치자연휴양림을 찾자. 장흥댐 상류지역에 위치한 휴양림은 옹녀봉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만드는 무지개폭포와 옹녀폭포, 협곡이 만들어 낸 기암괴석 등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자연경관뿐 아니라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출렁다리 등이 있어 자녀와 숲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휴양림을 가로지르는 청정한 계곡물과 야생화,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 등이 여행객을 반긴다. 이 외에도 물놀이장, 야영장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인위적인 모습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더 잘 보존돼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장흥=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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