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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역사… 유목민·정주민 교류사로 풀다

입력 : 2016-07-16 02:00:00 수정 : 2016-07-15 20: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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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구밀료프 지음/권기돈 옮김/새물결/3만2000원
상상의 왕국을 찾아서/레프 구밀료프 지음/권기돈 옮김/새물결/3만2000원


이 책은 러시아 역사가의 눈으로 본 9∼13세기 중앙아시아의 기록이다. 저자는 러시아의 역사학자, 인류학자, 페르시아어 번역가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세기 초 러시아의 대표적 시인이던 부친이 1919년 반혁명 혐의로 처형당하자 저자는 젊은 시절 죽을 고생을 한다. 1938~1956년 중앙아시아의 여러 강제노동수용소를 전전하고, 모친은 아들의 구명을 위해 스탈린 찬양시를 세 차례나 썼다. 저자는 이런 정치적 유배기에 중앙아시아의 무수한 언어를 배우며, 중앙아시아 대초원 역사의 연구 토대를 닦았다. 유배에서 풀려난 이후 투르크족과 훈족, 몽골족의 형성과 세계사적 이동을 규명하는 새로운 민족 형성 이론을 만들어낸다. 공산당의 역사 유물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식 활동이 금지되었으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비밀 지식인 모임의 좌장이 되었다.

‘범아시아주의’를 창안한 저자는 중앙아시아 역사에 대한 혁신적이고 논쟁적인 이론을 정립했다. 2012년에는 탄생 100주년 기념 공식우표가 발행되었으며, 카자흐스탄에는 그를 기념해 ‘구밀료프 유라시아 민족대학’이 설립되기도 했다.

책의 서두에서 “(이 책을) 형제 같은 몽골 민족에게 바친다”고 고백한다. 유럽 사가들이 “몽골족은 잔혹하다”는 황당한 이론을 만들어낸 오류도 소개된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어온 서구 중심의 인문학 연구 방법론과는 전혀 다른 시각과 관점을 소개한다.

예컨대 아시아의 역사를 중국 중심의 왕조사가 아니라 초원의 민족과 정주민 사이의 교류의 역사로 해석한다. 그래야 중국사만이 아니라 유럽의 역사도 제대로 조명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종교를 빙자한 십자군전쟁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살펴보면서 유럽사의 어두운 측면도 들춰낸다. 이제까지 아시아 역사는 유럽 또는 중국사로 양분되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넘다드는 저자의 깊이와 사고를 따라가보면 또 다른 중세 유라시아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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