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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살인자가 된 아들… “뭐가 잘못된 거지?” 가해자 엄마의 기록

입력 : 2016-07-16 02:00:00 수정 : 2016-07-15 20: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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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반비/1만7000원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반비/1만7000원


“1999년 4월 20일,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는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콜럼바인고등학교에 갔다. 두 사람은 학생 열두 명과 교사 한 명을 살해하고 스물네 명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딜런 클리볼드는 내 아들이다.”

저자는 학살자를 아들로 둔 엄마임을 고백하며 글을 시작한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딜런이 초래한 비극에 대한 내 죄책감 때문에 더 힘겨웠다. 내 세계가 축에서 벗어나버렸다.” 그러나 엄마는 책을 썼다. 아들이 태어나서 17년, 사건 발생 후 17년, 모두 34년간의 일을 정리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풀려고 절박하게 매달리는 퍼즐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책은 무엇보다 양육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양육자의 기본적인 태도라고 할 만한 겸허함을 일깨워준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에 하나는 내 아이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못한 부모들은 직무유기라도 한 듯 낮춰보고, 아이의 삶에 지나치게 몰입하기도 한다. 저자 역시 그랬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교육자였고, 딜런은 둘째인지라 키우면서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아들은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이후 저자는 자신의 양육방식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나는 내가 아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길렀고, 내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기르는 최선의 방식은 알지 못했다.”

자책은 이어진다.

“가장 큰 위험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미 자기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뇌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뇌건강과 폭력이 교차하는 지점을 편견없이 터놓고 논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일단 사회의 낙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아들에 대한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이해하기 힘든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다. 특히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느 책과 다르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죄를 지은 아들이지만 그를 향한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엄마가 써 내려간 글이다. 그래서 독특하고 설득력이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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