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 야·생·화… 이름모를 그 소녀를 닮았다

관련이슈 'W+'여행

입력 : 2016-07-21 14:00:00 수정 : 2016-07-20 21:00: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태백, 꾸밈없는 아름다움
'
강원도 태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석탄과 태백산 정도다. 한때 전국 석탄의 30%를 생산했던 태백이었지만 과거의 일이 됐다. 태백산 외에는 가볼 곳이 어디 있을까 싶다. 한여름에 1000m가 넘는 산을 힘들지 않게 트레킹하면서 주위에 활짝 핀 야생화를 보는 것은 색다른 묘미다.

물론 덥다. 하지만 생각만큼은 아니다. 태백은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태백시내만 해도 해발 700m다. 태백 시내에만 서 있어도 서울 남산(265m)보다 위다. 조금 높은 언덕을 오르면 북한산(836.5m) 정상과 비슷한 높이다. 한여름 평균기온은 섭씨 19도로 열대야는 다른 지역 얘기다. 애써 사람들로 붐비고 뙤약볕이 쏟아지는 바다를 찾아갈 필요 없이 태백시내를 둘러보는 것이 피서다.

◆한여름 야생화 천국으로 풍덩

수목원이나 정원에서 보는 것처럼 흐드러지게 꽃이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길을 걷다 보면 양옆으로 한두 송이가 방긋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익숙한 장미, 백합, 진달래 등과 같은 꽃이 아니다. 아무리 봐도 이름을 알 수 없다. 그저 흰 꽃, 분홍 꽃, 보라 꽃 등 색깔로 구분하거나 알고 있는 꽃과 비슷한 종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꿀풀
오히려 이런 점이 야생화의 매력일 듯싶다. 이름을 들었다 해도 다음에 또 본들 기억하기 어렵다. 자주 보던 꽃이 아닌 야생화는 특이한 생김새에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러니 볼 때마다 새롭다.

기린초
태백 두문동재는 해발 1268m다. 밑에서부터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곳이 아니다. 두문동재까지 차가 올라간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1418m), 분주령(1080m), 대덕산(1307m)을 거쳐 검룡소로 이어지는 능선은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다. 금대봉·대덕산 생태 경관보전지역에 속한다.

큰까치수염
이 코스를 모두 걸으면 4∼5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면 금대봉을 들리지 않고 분주령으로 간 뒤 대덕산 정상을 오르지 않고 검룡소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2∼3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이 반대로도 갈 수 있다. 이 코스들은 일행을 태우기 위해 누군가가 검룡소나 두문동재 등 도착하는 지점으로 차를 몰고 가야 한다. 야생화를 보고 트레킹을 시작한 두문동재 쪽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면 트레킹 코스 중간의 고목나무샘 정도에서 돌아오면 된다. 1시간30분 정도면 된다.

하늘나리
트레킹 코스에서는 동자꽃, 산꿩의다리, 노루오줌, 짚신나물, 솔나리, 하늘나리 등 수많은 야생화를 볼 수 있다. 꽃을 잘 아는 일행과 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두문동재나 검룡소 입구에서 해설을 요청해도 좋다. 그냥 사진 한 장 찍고 나중에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꽃의 이름을 한 번쯤 불러보는 것도 좋다.

어수리
특히 야생화 이름들은 웃기다. 꿩의 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뿌리 냄새가 노루 오줌과 같다고 해서 꽃 이름이 산꿩의다리, 노루오줌으로 붙여졌다. 이유가 맞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이름만 들어도 정겹다. 햇볕을 막아줄 모자와 카메라만 준비하면 나만의 화첩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옛 탄광의 모습이 남아 있는 역사촌

“집 잘 보고 있어.”

“조심히 다녀오세요.”

철암천을 사이에 두고 탄광으로 가는 광부와 그의 아내가 서로 손을 흔들면 인사를 한다. 매일 하는 인사이지만 혹여나 이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수도 있기에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는다. 남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응시하던 아내는 집에 들어와 신발이 방 안쪽으로 향해 있는지 확인한다. 미신이지만 남편이 안전하게 돌아올 것을 고대하던 바람이 담겨 있다.

태백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철암역 인근에 위치한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생활사 박물관이다.
1960∼70년대 태백 철암 지역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이 지역은 날아오는 탄가루 때문에 ‘마누라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산다’는 말도 있었지만 보릿고개 시절 탄광으로 먹고사는 걱정은 없었다. 1987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들이 폐광되면서 한때 1만5000명에 이르던 주민은 3000여명으로 줄었다. 광부들이 거주하던 집들은 대부분 철거됐고, 당시 있던 건물 일부를 보존해 역사촌으로 조성해놨다. 딱히 건물에는 역사촌이란 표시도 없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건물은 당시 슈퍼, 식당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다. 겉은 그대로 둔 채 내부를 생활사박물관으로 꾸민 것이다. 역사촌은 철암천변에 있는데, 이 건물들은 하천 바닥에 목재나 철재로 지지대를 만든 뒤 주거공간을 넓혔다. 이 지지대를 까치발이라 부른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한 모습이지만 조금이라도 생활공간을 넓히기 위해 애쓴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탄광으로 돈이 넘쳐나던 시절 광부들은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았다. 이에 태백은 음식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음식이 물닭갈비다. 불판에 구워먹는 닭갈비와는 다르다. 닭볶음탕보다는 육수가 많다. 빨간 양념이 된 국물에 면이나 떡을 넣고 끓여서 먼저 먹은 뒤 닭을 먹으면 된다. 한우 갈빗살도 유명하다. 해발 700m 지역이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맛있게 숙성이 잘된다고 한다.

◆한강과 낙동강의 시작 태백

태백은 한강과 낙동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한강이 시작되는 곳은 검룡소, 낙동강이 시작되는 곳은 황지연못이다. 금대봉 산기슭에 있는 검룡소는 하루 2000t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나와 20여m에 이르는 계단식 폭포를 만든다. 그 물줄기가 용틀임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검룡소에서 솟아난 물은 골지천, 조양강, 동강을 지나 단양, 충주, 여주, 양수리, 서울을 지나 서해바다로 흘러간다. 총길이 514㎞에 이르는 긴 여정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검룡소
황지연못은 태백시내에 있다. 푸른 빛의 연못을 중심으로 황지공원이 조성돼 있다. 하루 5000t의 물이 쏟아져 나온다. 이 물은 태백시내를 흘러 경상도를 거쳐 부산 을숙도에서 남해로 유입된다.

태백에서는 오는 29일부터 8월7일까지 10일간 ‘2016 태백 한강·낙동강 발원지축제’를 개최한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황지연못을 중심으로 신비한 발원수 족욕체험, 황지연못 낙동강 발원수 채수 체험 등 다양한 체험과 마당극, 문화공연, 전통혼례 재현 등 볼거리가 마련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한바탕 신나게 물싸움을 하는 ‘얼수(水)절수(水) 물놀이 난장’도 펼쳐진다. 축제기간 오투리조트에서는 무료 야외영화를 상영한다. 여름밤의 불청객 모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차가운 바람을 이겨낼 외투가 필요하다.

태백=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