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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전시작 '뉴델리' 가짜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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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1 13:04:17 수정 : 2016-07-21 16: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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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논란 '미인도'도 가짜 검찰이 천경자 미인도 위작수사를 진행중인 가운데 미술품 감정 전문가가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중인 천경자 작품 한 점을 가짜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또 논란에 휩싸인 미인도에 대해서도 가짜 판정을 내렸다.

가짜 뉴델리
미술품 감정 전문가인 이동천 박사는 21일 펴낸 자신의 저서 ‘미술품 감정 비책-가짜는 피하고 진짜를 찾는 미술품 감정의 법칙’(라의눈)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1주기 추모전에 출품된 작품 ‘뉴델리’가 위작이라는 감정결과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천경자 작가가 생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 아니고 개인 소장품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에 대여해 온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 박사는 ‘작품의 서명 글씨체가 진작들과 다르고 개칠한 흔적까지 있다“며 가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뉴’자에서 왼쪽으로 삐친 글씨체를 결정적인 증거로 들었다. 감정학에서는 작가의 습관적 글씨체는 진위판정의 우선적 자료로 채택하고 있다. 그는 미인도에 대해선 ”옅은 채색과 이등변 삼각형의 인중 표현방법이 진작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그림 밑바탕에 펜 드로잉 필선의 유무도 두 작품의 진위판정의 결정적 요소로 꼽았다. 두 작품엔 펜 드로잉 필선이 없다. 
 
개칠 전후 비교
◆평소 서명에 무심했던 천 화백 작품에서 서명에서 개칠한 흔적 발견!

서울시립미술관의 1주기 추모전에는 천경자 화백이 서울국립중앙박물관에 직접 기증한 93점과 개인소장의 14점이 전시되고 있다 문제의 ‘뉴델리’는 그중에 하나다. 이동천 박사는 특이하게도 이 작품이 서명만 봐도 위작이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뉴’ 자 중 아래로 뻗은 두 획을 서로 연결되듯이 쓴 천 화백과는 다르게 ‘뉴델리’의 ‘뉴’는 두 획 중 앞의 획을 확연하게 오른쪽으로 삐쳤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서명에 ‘뉴’ 자가 들어간 11점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일반인들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명에 무심했던 천 화백의 평소 습관과는 다르게 ‘뉴’ ‘리’ ‘子’ 세 글자에 개칠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칠을 하게 되면 반드시 물감이 뭉친 흔적을 남기므로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다른 화가들이라면 개칠의 흔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천 화백은 생전에 오자가 나도 서명을 고치지 않았고, 물감이 번져도 수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잘못 쓴 글자는 뭉개 버리기도 하고, 줄을 찍 긋기도 했다. 그런 천 화백이 개칠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뉴델리’가 위작이라는 결정적 근거라는 것이다. 

가짜 서명과 그 아래 지워진 가짜 서명
◆1979년 작품 ‘뉴델리’의 가짜 서명 아래 또 다른 가짜가 있다!

이동천 박사는 ‘뉴델리’가 위작이라는 결정적 근거로, 가짜 서명 아래 숨겨져 있던 또 다른 가짜 서명을 제시했다. 현재 ‘뉴델리’의 서명도 천 화백의 평소 서명 습관과 다르게 위조된 것이지만, 그 아래에서 발견된 서명은 더욱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박사가 제시한 ‘색 분해’ 자료를 보면 ‘델’자 아래에서 현재의 ‘뉴’와 다른 ‘뉴’ 자의 흔적이 보인다. 서명한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같은 위조자가 같은 장소에서 빨리 지우고 다시 서명한 흔적이라는 것이 이 박사의 주장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천 화백도 서명을 다시 하긴 했지만, 그림을 고쳐 그리기 위함이었지 결코 잘못 쓴 서명을 지우기 위해 한 번 했던 서명을 지운 적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오로지 서명을 수정하려는 목적으로, 다시 서명을 한 뉴델리는 명백한 위작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 박사가 제시한 위작의 증거는 더 있다. 천 화백은 독특하게도 붓이나 연필이 아닌 검정색이나 고동색 펜으로 채색화 작품의 밑그림 드로잉을 했다. 아무리 두텁게 채색을 해도 작품 속 어딘가에는 펜 드로잉 필선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뉴델리>에서는 펜으로 드로잉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미인도
◆미인도 진위논쟁의 마침표, 천경자는 인중을 그리지 않았다!

25년간 지속되어온 미인도 위작 논란에 대해 이동천 박사는 더 이상 ‘느낌’이나 ‘정황’이 아닌 철저한 ‘감정’과 ‘고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미인도가 공개되지 않아 직접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비록 원작을 못 보더라도 작가가 평생을 고집한 창작 습관과 어긋난 포인트 정도는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을 따르면 미인도는 오래된 가짜이면서 당연한 가짜다. 게다가 진작에서 볼 수 있는 검정색이나 고동색 펜 드로잉 흔적도 없다고 했다. 여인의 머리에 쓴 화관은 흰색과 노란색 등 옅은 색으로 채색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펜 드로잉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인상 그림 위로 올라온 펜 드로잉 흔적
이뿐이 아니다. 더 결정적 근거는 1974년 이후 천경자가 그린 여인 그림, 즉 ‘여인상’에는 인중이 없다는 사실이다. 드로잉 단계에서는 그렸지만, 채색 과정에서 덮어버렸던 것이다. 아주 가끔 여인상에 인중을 그린 작품들도 있지만 미인도의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인중이 이등변삼각형으로 그려진 가짜 ‘미인도’와 인중이 역삼각형이나 윤곽선으로 그려진 진짜 비교
이 박사는 위조자가 착각을 한 나머지, 미인도의 인중을 이등변삼각형으로 그렸다고 주장한다. 천 화백은 여인상을 드로잉할 때는 이등변삼각형으로 그리고, 채색한 후에는 인중을 없애거나 드문 경우에 역삼각형이나 한 줄 윤곽선으로 그렸다.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던 위조자는 이등변삼각형으로 펜 드로잉한 필선이 올라온 그림들을 보고, 천 화백이 직접 그린 것이라 착각했다. 결국 위조자는 미인도의 인중을 이등변삼각형으로 그리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는 분석이다.

천 화백의 새로운 가짜 ‘뉴델리’와 오래된 가짜 ‘미인도’에 대한 이동천 박사의 주장은 앞으로 미술계의 반박과 토론,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어떤 방향으로든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천경자’ 논란의 끝이 어디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천 박사는 1994년부터 중국 서화 감정의 최고봉인 양런카이(楊仁愷, 1915~2008) 선생의 수제자로 서화 감정학을 배웠고,중국 국학 대가인 펑치용(馮其庸) 선생으로부터는 문헌 고증학을 사사했다. 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0여년간 한국 고서화 수집과 감정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해 왔다. 2001년엔 국내 최초로 명지대 대학원에 ‘예술품 감정학과’를 개설하고 2년간 주임교수로 역임하며 우리나라에 ‘감정학’이란 새로운 학문의 씨앗을 뿌렸다. 2004년부터 11년간 서울대 대학원에서 ‘작품감정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진상: 미술품 진위 감정의 비밀’(동아일보사)이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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