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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돌고 돌아서 지나간 사랑 노래

입력 : 2016-07-21 20:36:45 수정 : 2016-07-21 2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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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신작 시집 ‘다시 사랑이 온다’ 밀리언셀러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시인 이정하(54·사진)가 12년 만에 신작시집 ‘다시 사랑이 온다’(문이당)를 펴냈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의 뜨거움과 이별 뒤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절절하게 노래해 유행가처럼 느껍게 스며드는 사랑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시인이다. 그가 먼 길을 돌아 들고 온 시집은 지나간 사랑을 돌이키며 새로운 사랑을 애타게 바라는 정조로 가득 차 있다.

“삶이 말이야/ 단추 같은 것이라면 좋겠어// 어쩌다 잘못 채워져 있을 때/ 다시 끌러 새로 채우면 되는// 다시 채울 수 없다고/ 억지로 잡아떼지 마// 단추가 무슨 죄인가/ 잘못 채운 나를 탓해야지”(‘단추’)

시인은 지나간 사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억지로 삶의 단추를 잡아 떼어 끝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난 이제부터 단 1초의 시간도/ 당신에게 주지 않을 거예요// 탕탕탕!”(‘이별, 그 후’) 같은 단호함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어야/ 사랑을 알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그리움이 지난 후에야/ 그 사랑에 덤덤해질 수 있을까”(‘사랑, 그 후’)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슬픔의 근원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슬픔이란 참 날카롭기도 하다/ 나날이 박혀와 숨쉴 수가 없는데// 그 입자마다 가득 들어차/ 무심히 웃고 있는 그대여// 알면서 그리 웃는가,/ 내 슬픔의 근원이 당신이라는 걸”(‘슬픔의 입자’)

지난 사랑을 붙들고 시인은 운다. 비도 ‘오는’ 게 아니라 ‘우는’ 것이다. “밤부터 내린 비/ 빗물 스미듯 스며드는 누군가의 생각으로/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는 당신,// 조금만 우십시오/ 조금만 추억하십시오”(‘비 운다’) 가버린 사랑을 향해 되뇐다. “그대여 섣불리 짐작치 마라/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의 크기가 작았을 뿐/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그대가 본 것이 작았을 뿐”(‘보여줄 수 없는 사랑’)이라고, “그대여, 삼류영화를 보고 삼류시를 쓴다고 해서/ 내 사랑마저 삼류겠느냐 나의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의 어떤 자로도 잴 수 없는 크고 깊은 것”(‘작고 여린 사랑 이야기2’)이라고.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대중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정하 특유의 아포리즘으로 가득한 이 시집에서 시인은 “한 뼘이 길이 되어 끝내 당도할 그 어디”에서 “고마운 당신”을 기다린다.

독자들의 캘리그라피를 함께 수록한 이 시집 서문에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우여곡절 또한 많았다”면서 “마지막으로 매달리기로 한 것이 시였고, 시를 쓸 때만큼은 그 어느 순간보다 기뻤고 행복했고 눈물겨웠음을 고백한다”고 이정하는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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