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말이야/ 단추 같은 것이라면 좋겠어// 어쩌다 잘못 채워져 있을 때/ 다시 끌러 새로 채우면 되는// 다시 채울 수 없다고/ 억지로 잡아떼지 마// 단추가 무슨 죄인가/ 잘못 채운 나를 탓해야지”(‘단추’)
지난 사랑을 붙들고 시인은 운다. 비도 ‘오는’ 게 아니라 ‘우는’ 것이다. “밤부터 내린 비/ 빗물 스미듯 스며드는 누군가의 생각으로/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는 당신,// 조금만 우십시오/ 조금만 추억하십시오”(‘비 운다’) 가버린 사랑을 향해 되뇐다. “그대여 섣불리 짐작치 마라/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의 크기가 작았을 뿐/ 내 사랑이 작았던 게 아니라/ 그대가 본 것이 작았을 뿐”(‘보여줄 수 없는 사랑’)이라고, “그대여, 삼류영화를 보고 삼류시를 쓴다고 해서/ 내 사랑마저 삼류겠느냐 나의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의 어떤 자로도 잴 수 없는 크고 깊은 것”(‘작고 여린 사랑 이야기2’)이라고.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다. 대중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정하 특유의 아포리즘으로 가득한 이 시집에서 시인은 “한 뼘이 길이 되어 끝내 당도할 그 어디”에서 “고마운 당신”을 기다린다.
독자들의 캘리그라피를 함께 수록한 이 시집 서문에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우여곡절 또한 많았다”면서 “마지막으로 매달리기로 한 것이 시였고, 시를 쓸 때만큼은 그 어느 순간보다 기뻤고 행복했고 눈물겨웠음을 고백한다”고 이정하는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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