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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슈] 가요·드라마·예능… 걸크러쉬·센 언니 ‘전성시대’

입력 : 2016-07-25 21:26:55 수정 : 2016-07-26 07: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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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서 드라마·예능까지 영토 확장
최근 가요계와 예능, 드라마에서는 ‘걸크러시’ 캐릭터가 대세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닥터스의 박신혜’·‘또 오해영의 예지원’·‘언니쓰의 라미란’·‘마마무’
KBS, SBS, tvN 제공
“배터리가 다 돼서 전화를 못 받았어. 나중에 하려다가 잘까봐 안 했어. 그게 말이 되니? 내가 무슨 바보니? 이젠 그 입 좀 셧 업!(Shut Up)”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결성한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의 노래 중 일부다. ‘셧 업’이라는 이름의 노랫말에는 연락이 두절된 남자친구에게 ‘변명 그만하고 조용히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언니쓰의 무대 영상은 조회수 400만뷰를 넘기며 기대 이상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의 음원은 공개와 동시에 8개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언니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평소 무대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김숙 라미란 민효린 홍진경 등이 참여하면서부터 쏠렸지만, 이들의 콘셉트인 ‘걸크러시’가 대중에게 공감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 

다소 생소하게만 들리던 걸크러시가 가요계는 물론 드라마와 예능까지 장악했다. 걸크러시는 소녀를 뜻하는 ‘Girl’과 반하다의 ‘Crush on’을 합성한 말로, 여성이 같은 여성에게 성적 감정 없이 느끼는 호감을 말한다. 2011년 온라인상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각종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언급되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걸크러시 현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 ‘센 언니’다. 센 언니에서 언니는 ‘여자들 사이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위인 여자를 높여 정답게 부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 나이와 관계없이 멋지고 매력적인 여성을 일컫는다. 

걸크러시 캐릭터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캐릭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그간의 여주인공들이 남자 주인공들에 비해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졌으나, 최근에는 남자 주인공보다 능력 있고 적극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인기를 얻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유혜정 역을 맡은 박신혜는 강한 여성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애초 제목이 ‘여깡패 혜정’이었던 이 드라마에서 박신혜는 취미로 격투기를 즐기는 등 싸움을 주저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배경인 병원에서도 여성 수가 많은 간호사가 아닌, 의사로 등장했다. 그동안 박신혜가 청순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맡아온 탓에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주인공 오해영의 직장 상사로 등장한 예지원도 걸크러시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예지원은 극 중 회사에서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카리스마 강한 상사이면서도, 자신의 사람을 아끼고 챙기는 모습으로 공감을 얻었다. 

가요계의 대표적 걸크러시는 걸그룹 ‘마마무’다. 데뷔 3년 차를 맞은 걸그룹 마마무는 지난해부터 내세운 걸크러시 콘셉트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들의 인기를 증명하듯 지난 3월 발매한 첫 정규앨범 ‘멜팅’은 발매와 동시에 완판되는 기세를 떨쳤다.

걸크러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히어로물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최근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블의 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은 그간 남성으로 등장했던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바꾼다. 15세의 흑인 여성 캐릭터 리리 윌리엄스가 자신만의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자, 아이언맨 스타크가 그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설정이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흑인 여성 히어로의 등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2019년에는 마블의 첫 여성 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도 개봉한다. 이처럼 대다수의 히어로물에서 홍일점 정도로 여겨졌던 여성 캐릭터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가 활발하다”며 “기존의 남성 중심 문화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대중문화에서도 여성의 역할과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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