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닭이 알을 못 낳게 할 수도 없고, 판로도 막히고"

입력 : 2016-07-25 16:29:19 수정 : 2016-07-25 16:29: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원 홍천농고, 교육용 영양란 판로 막혀 '발 동동' "판매도 못 하는 계란을 선별하는 작업에 흥이 나겠습니까. 알을 낳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홍천농고가 생산한 무항생제 영량란.
교육 실습용으로 닭을 키우는 강원 홍천농고가 최근 계란 판로가 막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홍천농고에서 매일 생산되는 계란은 2천여 개로 70판 정도다.

홍천농고는 2천500마리의 닭이 낳는 알을 그동안 교직원이나 인근 중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이를 장학금 등 교육용으로 재투자했다.

25일부터 시작된 방학을 앞두고 판로를 고민하던 홍천농고는 최근 도내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계란 판매를 추진했다.

항생제를 쓰지 않고 좋은 사료를 먹인 홍천농고의 계란은 '무항생제 영양란'으로써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하루 70판 정도는 무난히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계란을 직접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관계기관 연락을 뒤늦게 받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닭 사육지 규모가 300㎡ 이하면 개인 판매가 허용됐는데 올해 2월부터는 50㎡ 이하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계란을 직접 판매하려면 내장 탑차 등 시설을 갖추고, 보건증을 발부받아야 한다.

관련자는 연간 6시간 연수까지 받아야 한다.

방학이 돼 판로가 막힌 학교로서는 하루아침에 일반 양계농가에 적용하는 규정을 충족하기가 불가능해 애만 태우고 있다.

계란 수집상에게 파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만 5만∼10만 마리를 키우는 일반 양계농가와 비교하면 이곳은 소규모 수준에 불과해 수집상이 나올 지도 미지수다.

수집상에게 판매하더라도 현재 한 판에 4천 원을 받는 계란 한 판 값이 2천 원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홍천농고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판매와 유통까지 하는 6차산업에 대해 가르치고자 법적인 문제를 모르고 방학 기간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판로가 막힌 계란 판매를 추진하게 됐다"면서 "사료비 등 손해는 보지 않으면서 학생 장학금을 주고 교육에 다시 투자하는 길이 일순간에 막혔다"고 안타까워했다.

홍천농고는 1992년 정부 지원을 받아 닭 1만 마리를 기를 수 있는 양계사를 지었고, 최근에는 정부 지원비 10억 원을 받아 최첨단 시설로 개조했다.

이곳 양계사에서는 농업경영과 소속 학생들이 미래의 양계농가가 되는 꿈을 안고 방학 중 무더위 속에서도 닭을 보살피고 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