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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이상한 물건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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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5 22:15:07 수정 : 2016-07-26 0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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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토막 난 곡물 가격에도
줄기차게 오르는 식품 값
담뱃값·공공요금 올린
정부·지자체 흉내 내나
과자 값이 또 올랐다. 농심이 15개 과자 제품 가격을 평균 7.9% 올렸다. 새우깡, 양파링, 꿀꽈배기…. 하나같이 ‘국민 과자’라고 할 만한 것들이다. 농심은 후발 주자다. 롯데제과는 넉 달 전에 올렸다. 그것이 신호탄이었을까, 값을 올리지 않은 곳이 드물다. 삼양식품 해태제과 크라운제과도 모두 올렸다. 양을 줄여 실제 가격을 더 받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까. 값 올린 것이 과자뿐일까. 밀가루 음료수 소주 두부…. 올리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가 오히려 힘들다.

왜 올리는 걸까. 궁금해 국제곡물가격을 훑어봤다. 밀 값은 2012년 8월 t당 322달러에서 올해 7월 155달러, 옥수수는 316달러에서 138달러, 대두는 623달러에서 403달러로 떨어졌다. 반 토막 났다. 2012년 8월은 최근 수년간 시세가 가장 높은 꼭짓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후 가격과 비교해도 지금 시세는 폭락에 가깝다. 대두 값만 올 상반기에 조금 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추세를 놓고 보면 폭락 수준이기는 마찬가지다. 곡물 가격은 왜 떨어지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다. 풍작과 세계적인 소비 위축. 곡물은 남아돈다.

강호원 논설위원
값을 올린 다른 이유가 있을까. 인건비? 근로자 소득은 벌써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싼값에 구할 수 있는 비정규직 산업예비군이 줄지어 선 마당에 인건비가 갑자기 불어날 리도 만무하지 않은가.

세계시장의 과자 값은 어떨까. 올랐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과자 값이 오를 정도라면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겠는가. 실업과 소득 감소는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두 개 사먹을 것을 하나로 줄이는 판이다. 난전에 밀려드는 일본, 독일, 미국, 네덜란드 과자들. 값이 싸다. 무슨 뜻일까. 팔리지 않으니 해외로 밀어내는 수출 과자다. 왜 하필 우리나라에 쏟아져 들어오는 걸까.

값 올리기에 관한 한 오불관언(吾不關焉)인 국내 기업들. 공공 영역의 가격 인상에서 그 내막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담뱃값과 공공요금. 무지막지하게 올렸다. 담뱃값은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서울지하철 기본요금은 1050원에서 1250원으로 뛰었다. 인상률은 80%, 19%. 오르지 않은 공공요금은 드물다. 전기 버스 택시 상·하수도 요금…. 수십% 올리기는 예사다. 정부는 왜 가격 인상에 소매를 걷어붙였을까. 세수를 늘려 재정적자를 줄이고, 이익을 늘려 공기업 부실을 땜질하고자 해서다. 무차별적이다. 부자와 서민도 따지지 않는다. 18년 전 외환위기 직후에도 그랬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예대마진폭을 넓히도록 했다. 대출 이자율을 높이고 예금 이자율은 낮춰 수익을 늘리라고 했다. 부실 금융기관에서 ‘부실’ 딱지를 떼어 내기 위해 가계의 돈을 십시일반 은행으로 이전하는 정책이다. 지금도 똑같다.

그 부담은 누가 짊어져야 하나. 담배 피우는 가장을 둔 4인 가구가 떠안는 담뱃값·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짐은 얼추 연간 200만원에 가깝다. 공기업은 살찌고 가계는 가난해진다.

가계 호주머니를 노린 가격 인상. 기업이 정부를 따라 하는 것일까, 정부가 기업에게서 배운 것일까. 많은 사람이 화를 내지 않을까.

그 결과는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 담배의 시장점유율에서 일단을 엿보게 된다. 담뱃값을 올린 뒤 KT&G의 시장점유율은 추락했다. 2014년 62.3%. 지난해에는 58.4%로 떨어졌다. 2000년대 전반에는 80%를 웃돌았다. 판매 수량을 기준으로 하면 국산 담배의 점유율은 더 낮다. 둘 중 한 사람은 외국계 담배를 피운다. 국산 담배는 초토화되고 있다.

왜 등을 돌리는 걸까. 반감 때문일까,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이런 생각을 할 법하다. “비싼 값을 치르는데 좋은 담배를 골라 피우겠다.” 애국 마케팅은 끼어들 틈이 좁아진다. 독점적인 공공요금은 다르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값을 치른다.

과자의 운명은 어찌 될까. 대형 마트와 구멍가게 진열대가 외국산 과자로 채워질 날은 얼마나 멀까.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믿음을 잃은 가격, 그것은 몰락의 징후일까. 물가통계는 경제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가계는 짐을 얼마나 더 짊어져야 하나.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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