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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생명제어, 바이오산업 신세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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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7 22:11:22 수정 : 2016-07-27 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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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때문에 변형된 분자 복원 가능
소규모 벤처 성공신화 도전할 기회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바이오산업 박람회는 급성장하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가늠케 한다. 40년 전 이곳에서 허버트 보이어와 밥 스완슨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제넨텍’은 최초의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 신약 허셉틴 등 굵직한 블록버스터 신약을 대거 개발해 연매출 20조원에 달하는 가장 성공한 바이오벤처 회사가 됐다. 불과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였던 이 지역은 현재 200여개의 글로벌 제약사와 벤처투자사를 포함해 1000여개의 바이오기업이 밀집한 생명공학의 메카가 됐다. 이번 바이오산업 박람회의 한국관에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바이오기술과 상품이 전시돼 빠르게 발전해가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달라진 위상을 선보였다. 바이오산업의 꽃은 역시 신약개발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신약개발은 오랜 개발기간과 큰 실패확률, 그리고 이를 감내할 거대 자본을 필요로 한다. 후발주자로선 당연히 높은 진입장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스템과학과 정보기술(IT)이 융합된 현대의 생명과학은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과학은 어느 정도 공통된 발전단계를 거치며 진화한다. 그것은 ‘모델링’이라고 불리는 지식의 집대성, ‘분석’을 통한 이해, ‘제어’를 통한 대상의 조작이다. 지난 6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분자생물학은 생명의 최소 구성요소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마치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처음 발견한 자동차를 분해해 그 부품에 대한 카탈로그를 완성하는 것과 같다. 그 다음 단계는 발견된 구성요소에 대한 지식을 집대성해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모델을 분석해 생명현상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의 이해를 토대로 생명현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제어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모든 과학은 이와 같이 대상 시스템의 제어를 향해 진화해 간다.

조광현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
현대 생명과학은 점차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는 끊임없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분자로 가득 차 있는데, 이를 모델링하면 거대한 분자조절네트워크로 표현된다. 생명현상은 이와 같은 분자네트워크의 다이내믹스가 만들어내는 집합적인 현상이다. 이때 각 분자의 활성도를 변수로 나타내고 이를 모아놓은 하나의 벡터를 생각하면 특정 시간과 조건하의 세포 상태는 거대한 변수공간상의 한 점으로 표현되는 벡터의 위치에 대응되며 이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특정한 동적 평형상태로 수렴하게 된다. 이러한 동적 평형상태가 세포의 다양한 표현형질을 나타낸다는 실험적 증거가 최근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생명현상을 분자네트워크라는 모델의 분석을 통해 해석하고 동적 평형상태를 원하는 방향으로 변형시킬 수 있도록 네트워크의 특정 타깃 분자를 조절하면 비로소 생명현상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인체질환으로 변형된 분자네트워크의 다이내믹스를 정상으로 복원하기 위한 신약개발 타깃을 발굴하고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그 효능과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시행착오와 우연한 발견을 통해 이루어져 온 신약개발 과정을 시스템과학과 IT를 융합해 체계화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IT를 활용해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통계기술을 적용해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과학을 응용해 생명현상의 본질적 동작원리를 분자네트워크의 다이내믹스로 파악하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분자타깃을 발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막인 것이다.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신약개발 시장에 소규모 바이오벤처회사도 도전장을 내볼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됐다. 생각의 벽을 깨고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에 합류해야 할 시기이다. 보이어와 스완슨도 놀랄 만한 흥미진진한 바이오산업의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조광현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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