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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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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7 22:00:33 수정 : 2016-07-27 22: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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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용어는 정확히 정의돼 사용된다. 회계는 제도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법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최근 경제계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 매우 잘못 사용되는 용어가 있다. 사내유보금이라는 표현이다.

사내유보금이 언론에서 사용될 때는 대부분 생산적인 설비투자나 고용창출에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현금을 쌓아 두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다는 식으로 기업을 비판할 때 사용된다. 물론 투자가 활성화돼야 세수에도 도움이 되고 정부 재정에도 보탬이 된다. 그러나 사내유보금은 그러한 기업의 투자 패턴을 측정하는 변수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이익잉여금이라고 함은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쌓아둔 잉여금을 의미한다. 자본잉여금은 기업의 자본적 거래에 의해서 생성되며 상법에 의해서 배당의 원천으로 지급되는 것이 제한돼 있으므로 배당과도 무관한 변수이다. 정부가 재작년부터 기업이 배당을 너무 적게 한다고 기업을 압박할 때 내부유보율에 기초할 수는 있다. 배당이 돼야 소비가 촉진되는데 기업이 배당을 안 하면서 투자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손성규 연세대 교수·한국회계학회장
2008년 금융위기 시점에는 기업이 무슨 일이 있어도 현금을 확보하려고 했다. 지금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는 예비적인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나 정부가 이러한 점에 대해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런데 유보금을 어느 정도 축적했는지와 기업의 투자는 전혀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유보한 자금으로 현금을 쌓아 둘 수도 있고 생산적인 즉, 고용을 창출하는 데 투자할 수도 있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고 현금을 비축하는 것, 즉 유휴자금(idle cash)의 개념이라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크기로 이를 측정해야 한다. 유휴자금을 사내유보금으로 측정해서는 안 된다.

회계에서는 측정이 달라지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자본과 자본금도 혼용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부채비율의 측정은 거의 부채를 자본으로 표준화한 개념이다. 즉,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의 상대적인 크기이다. 미국에서의 부채비율의 측정은 거의 부채를 자산으로 표준화한 개념이다. 즉, 자산 중, 타인자본이 차지하는 상대적인 크기이다. 부채가 증가할 때 자산이 고정돼 있다면 자본은 감소하므로 우리나라에서 측정하는 부채비율은 극대화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측정하는 부채비율은 분모가 고정돼 있어 극대화되는 현상을 피할 수 있으므로 동일한 부채의 변화라고 해도 체감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사내유보금이 늘면 투자가 줄고 사내유보금이 줄면 투자가 늘 것이라는 해석은 잘못이다. 사내유보금과 투자는 배타적이 아니다. 따라서 사내유보금과 고용도 배타적이 아니다. 기업의 유휴자금을 비판하고 싶으면 현금과 현금성 자산의 상대적인 크기가 측정돼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비판하려면 투자부동산의 크기가 직접적으로 측정되면 된다. 애꿎은 사내유보금은 아니다. 사내유보금으로 생산설비에 투자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기업의 투자 형태이다.

손성규 연세대 교수·한국회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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