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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처칠이 사랑한 샴페인 폴 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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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9 19:50:08 수정 : 2016-07-30 16: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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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으로도 사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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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터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 영국의 대표적인 수상으로 뛰어난 전략가이자 존경받는 리더입니다. 루스벨트, 스탈린과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이지요. 특히 영국이 무기를 구입할 자금조차 없을 정도로 위기에 몰리자 처칠 경이 1941년 2월 9일 BBC 라디오를 통해 “장비를 주면 우리가 끝장내겠다”며 미국에 호소, 루스벨트가 미 의회를 설득해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킨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 연설은 공포에 떨던 영국 국민에게 용기를 심어줬고 미국에서 310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공급받아 연합군 승리의 다리를 놓게 됩니다. 

윈스턴 처칠
그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상파 풍의 풍경화를 그린 뛰어난 화가이기도 했답니다. 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쿠바, 인도 뭄바이, 수단 등의 전투현장에서 전쟁 특파원으로 활약하면 전황을 신문에 기고하기도 했지요. 1953년 6권의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했답니다. 

처칠 경과 오데트 폴 로저
2차 세계대전의 고난과 승전의 환희, 그리고 그가 91세를 일기로 타계할때까지 하루 빠지지 않고 그의 옆을 지키던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시가입니다. 블도그 같은 얼굴로 시가를 물고 손가락로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는 모습은 그의 대표적인 상징이기 합니다. 또 하나는 샴페인 폴 로저(Pol Roger) 입니다.

폴 로저 브뤼 빈티지
처칠 경은 1908년 우연히 폴 로저를 마시고 이 샴페인의 풍부하고 우아한 맛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처칠 경은 전쟁터에서도 폴 로저를 가지고 다니며 하루에 두 병씩 즐겼을 정도로  이 샴페인을 끔찍하게 아꼈다고 하네요. 심지어 그가 아끼던 경주마의 이름마저 폴 로저로 지었을 정도로 이 샴페인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답니다.  

폴 로저 출처=홈페이지

오데트 폴 로저(Odette Pol Roger) 출처=홈페이지
처칠 경이 폴 로저 가문과 직접적인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1944년입니다. 연합군이 파리를 수복한 뒤 파리 주재 영국 대사부부가 주최한 비공식적인 만찬에서  ‘샴페인 금발 미녀’라는 별명로 불리던 폴 로저의 며느리로 오데트 폴 로저(Odette Pol Roger)를 만나면서 부터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녀는 2차 세계대전때 독일군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비밀요원으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오데트는 매년 11월 30일 처칠 경의 생일에 그가 가장 좋아한 ‘폴 로저 브뤼 1928 빈티지’를 한 상자씩 보내줬다고 하네요. 처칠 경은 노후에 건강이 악화됐지만 매일 폴 로저 샴페인을 1병씩 마실정도로 술을 즐겼는데 오데트는 그의 건강을 위해 원래는 생산하지 않던 작은 사이즈(500ml)에 별도로 병입해 매달 처칠경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처칠 경이 가장 사랑했던 폴 로저 브뤼 빈티지는 여러 해 빈티지의 와인을 섞는 넌빈티지 샴페인과 달리 포도 농사가 아주 잘된 특정한 한 해에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해 만드는 빈티지 샴페인 입니다. 샴페인 하우스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포도가 수확된 해당년도의 기후여건까지 보여주는 특별한 샴페인이지요. 샹파뉴 지방의 랭스 산악지대(몽따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와 꼬뜨 드 블랑(Cote de Blanc) 지역 중 프리미엄 크뤼와 그랑 크뤼에서 수확된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6대 4 비율로 블랜딩합니다. 보통 빈티지 샴페인은 규정상 3년 정도 병숙성을 거쳐 출시되는데 이 샴페인은 무려 9년 간의 숙성과정을 거칩니다. 이 때문에  매우 깊이 있는 맛과 풍부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고  매혹적인 향과 섬세한 산도가 잘 어우러진 프리미엄 샴페인이랍니다.

뀌베 써 윈스터 처칠 출처=홈페이지
폴 로저는 샴페인의 애호가이자 폴 로저 가문의 오랜 친구였던 처칠 경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해 1975년 ‘뀌베 써 윈스턴 처칠(Cuvee Sir Winston Churchill)’를 출시합니다. 이 샴페인은 이제 폴 로저의  대표 샴페인으로 자리잡았는데 처칠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와인으로 묘사했다고 합니다. 처칠 경의 굴하지 않는 꿋꿋한 정신과 캐릭터를 반영했다는 군요. 건장하고 탄탄한 구조감이 돋보이며 중후한 성숙미가 돋보이는 최고급 샴페인입니다. 정확한 블렌딩 비율 등 양조법은 4명의 직계 후손만 알 정도로 아직까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왕실인증서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으로 사용된 폴 로저 브뤼 리저브 출처=홈페이지
폴 로저는 2004년부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식 샴페인 공급처로 지정됐을 정도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샴페인입니다. 폴 로저의 모든 샴페인에는 ‘왕실인증서(Royal Warranty)’의 공식마크를 붙어있답니다. 특히 2011년 4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으로 사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답니다.

폴 로저 와이너리 전경 출처=홈페이지
샴페인 하우스 폴 로저는 1849년 설립됐으며 대기업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 속에서도 가문의 전통을 굳건하게 잇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생산과정 중 2차 발효과정을 거친 후 병을 돌리며 효모 찌꺼기 등 침전물을 모으는 작업인 흐미아쥬(Remuage) 과정을 아직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유일한 샴페인 하우스이기도 합니다. 폴 로저는 마른 계곡의 에뻬르네(Epernay) 마을과 꼬뜨 드 블랑의 가장 우수한 곳에 85ha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흐미아쥬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모습 출처=홈페이지
또 폴 로저의 지하 저장고는 에뻬르네 시내 한복판의 지하 가장 깊고 서늘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세 개의 층을 이루는 회백색의 연토질 석회암에 만들어진 지하 셀러가 샴페인의 깊은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기본 품종으로는 렝스 산악 지대에서 재배한 깊이 있고 바디감이 느껴지는 피노누아, 에뻬르네 마을과 마른 계곡의 신선한 과일향이나 야채향이 개성있게 돋보이는 피노 뮈니에, 그리고 에뻬르네와 꼬뜨 드 블랑의 중심부에서 수확한 샤르도네 등이 폴 로저 샴페인 양조에 사용
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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