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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와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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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30 15:14:37 수정 : 2016-08-01 11: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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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분기 고품격의 스위스 시계가 ‘잡것’으로 여겼던 스마트와치에 ‘디스’를 당했습니다. 스마트와치 출하량이 처음으로 스위스 시계 판매량을 추월한 거죠. 이제 앞으로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대체했던 것처럼 스마트와치가 기존의 시계를 대체하는 세상이 오는 걸까요.

스마트폰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일대 혁명을 몰고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형성된 건 2008년 애플이 아이폰3G를 출시한 이후로, 삼성을 포함한 경쟁자들이 속속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피처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는 쇠락의 길을 걸었고,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의 신흥 세력도 출현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고 ‘휴대전화=스마트폰’ 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만화를 읽고, 영화를 감상하고, 길을 찾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생경한 풍경이었습니다.

LG전자의 어베인처럼 스마트와치는 스포츠 기능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의 일상화는 그만큼 시장이 포화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IT업계는 얼마전부터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웨어러블 기기’, 그 중에서도 스마트와치입니다.

지난해의 성장세만 놓고 보면 스마트와치 시장은 꽤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5년 4분기 스마트와치 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300% 늘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통의 스위스 시계는 -4.8%의 출하량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솔직한 시장 전망은 아직 ‘글쎄요’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만큼의 폭발력은 없다. 투자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수익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폭발적인 성장에도 스마트와치의 전체 출하량은 810만대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은 얼마나 팔렸을까요? SA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450만대입니다. 약 50배쯤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2016년 1분기에는 스마트와치 출하량이 790만대로 감소했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애플와치의 판매량 급감을 들었습니다. 애플와치는 지난해 2분기 출시 후 분기별로 400∼50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올해 들어 판매량이 220만대로 떨어지며 시장의 둔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입니다.

왜 스마트와치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할까요? 

스마트폰이 ‘대체제’라면 스마트와치는 ‘보완제’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스마트폰과 피처폰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떤 걸 택하시겠습니까? 스마트폰 일겁니다. 두 가지다 휴대전화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스마트폰의 기능이 월등하기 때문이죠. 여러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완벽하게 피처폰을 ‘대체’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기어 핏2는 기능을 단순화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인 피트니스형 스마트와치다.
그럼 스마트와치는? 스마트와치 시장은 현재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의 최신 제품인 ‘애플와치’와 ‘기어’ 모두 스마트폰과의 연계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애플와치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꼽아보겠습니다. △음성통화 △문자 확인 및 간단한 답장 △카톡·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 문자 확인 및 답장 △메일 확인 △일정 확인 △앱 알림 확인 △날씨 확인 △타이머 △운동량 측정 △심박 확인 △아이폰 원격 촬영 △아이폰 음악 재생 △블루투스 기기를 이용한 음악 자체 재생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 가져와 보기 △길찾기(한국에선 불가)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능이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는 것이거나, 스마트폰이 있야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스마트와치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보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겁니다.

‘와치’ 즉 시계라는 본연의 기능이 있지않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 애플은 ‘와치’에 방점을 찍으면서, 다양한 시계줄과 화면 등 패션으로서의 가치를 부각시켰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똑똑한 시계를 거의 매일 충전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시계를 매일 충전해야 한다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최신 기어의 경우 좀 사정이 낫지만 그래도 수일에 한번은 충전이 필요합니다. 가격도 비쌉니다.

고기능의 스마트와치가 주춤하는 사이 핏비트, 샤오미 등의 업체가 피트니스밴드(핼스밴드)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피트니스밴드는 주로 운동량과 수면의 질을 측정하고, 진동을 통해 알람 기능을 제공하는 형태로 출발했습니다. 샤오미의 미밴드처럼 피트니스밴드는 처음에는 액정조차 없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피트니스밴드의 경향은 액정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액세서리 개념을 더해 밴드(시계줄) 교체까지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와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현재 애플과 삼성이 주도한 스마트와치 시장과 핏비트, 샤오미가 주도하는 피트니스밴드 시장의 경계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삼성도 피트니스밴드 형태의 제품을 내놨습니다.) 애플와치나 피트니스밴드나 시간이 표시되는 똑똑한 시계라는 점은 마찬가지니까요.

IT업계에서는 스마트와치의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양보다 질을 추구하며 견고한 앱마켓을 구축한 애플조차 아직 이렇다 할 스마트와치용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GPS와 스포츠 시계로 잘 알려진 가민이나 순토처럼 운동에 특화된 기능을 무기로 마니아를 공략하는 스마트와치가 더 매력 있어 보입니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에 따르면, 기계식 시계의 판매량은 증가추세라고 합니다. 기술이 발달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를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소수이고, 전자시계는 점점 스마트해 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스마트와치 시장의 부흥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시계를 아예 차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질테니까요.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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