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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켜켜이 덮인 짙푸른 세월 앞에 겸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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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4 14:00:00 수정 : 2016-08-03 20: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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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돌아보다… 평창 이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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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콸콸콸’ 흐르는 물소리. 산새와 매미 소리가 더해진다. 여기에 여행객이 내딛는 발걸음에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만 더해진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고개를 들어도 태양 보기가 힘들다. 

한낮에도 고요함과 적막함에 둘러싸인다. 살며시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발끝만 살짝 닿는데도 찬 기운이 머리끝까지 찌릿하게 전해온다. 깊은 산 속 계곡에 푹 파묻힌 채 한여름을 잠시 잊는다.

강원 평창의 장전계곡은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초록 이끼로 뒤덮인 바위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면 그 차가움에 여름을 잠시 잊게 하는 곳이다.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움을 막아주고, 흐르는 물의 냉기가 무더위를 삭혀주는 계곡에서의 여름은 시원함 그 자체다. 뙤약볕을 피하기 힘든 바다보다 계곡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강원도 평창의 장전계곡은 여름을 이겨낼 시원함 외에 다른 계곡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기이한 풍경을 품고 있다. 바로 이끼다. 계곡에 이끼들이 없는 곳은 없겠지만 장전계곡은 이끼계곡이라 불리는 곳이다. 여느 계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끼지만 장전계곡에서는 그 푸름이 더하다. 바위 하면 떠오르는 회색과 검은색을 찾기 힘들다. 바위 위를 초록의 이끼가 뒤덮고 있다. 마치 초록 물감을 계곡물에 풀어 놓은 듯 계곡물 옆에 있는 바위들은 이미 제 색을 잃은 지 오래다.

고개를 들어보면 나무에도 이끼들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거기에 나뭇잎들은 어느 때보다 한여름 태양에 푸름이 최고조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본 듯한 원시림과 같은 모습이 펼쳐져 있는 곳이 장전계곡이다. 굽이치는 계곡물과 이끼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

장전계곡은 평창과 정선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 줄기 서북쪽에서 발원해 오대천으로 합류하는 계곡이다. 가리왕산은 삼한시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이곳으로 피난해 ‘갈왕산(葛王山)’이라 부르다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끼 계곡이라 불리는 곳이다 보니 접근이 어려울 것 같지만, 아니다. 내비게이션으로 장전계곡을 검색해 근처에 이르면 외길이다. 길을 따라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이끼계곡을 보지 않아도 된다면 중간쯤에 차를 주차하고 계곡에 발을 담그면 된다. 이끼계곡을 보려면 외길을 따라 5분 정도 쭉 올라가다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향하면 된다. 왼편으로 방향을 튼 뒤 5분가량 가면 간이 화장실과 공터가 나온다. 화장실 주변으로 오솔길이 숲 속으로 이어져 있다. 오솔길을 따라 1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펼쳐져 있는 이끼계곡에 이른다.

바다의 푸름과 달리 계곡은 보기만 해도 그 신비로운 광경에 한없이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풍경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 더구나 산을 많이 타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더더욱 드물다. 계곡의 풍경에 빠져들기 위해 찾는 이가 늘고 있다. 계곡을 수만 년째 덮고 있는 이끼가 여행객의 발걸음으로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평창군 중앙을 관통해 흐르는 오대천 줄기에는 이끼를 자랑하는 장전계곡 외에도 신기계곡, 막동계곡 등 더위를 피하기 좋은 곳들이 더 있다. 옛말에 말복까지 얼음이 있을 정도로 시원하다는 진부면의 신기계곡은 등산객의 발길이 뜸해 오지의 신비함을 갖추고 있는 박지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원시림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은 삼복더위에도 발을 오래 담그지 못할 정도로 차다. 막동계곡은 백석산(1365m)에서 발원해 오대천으로 흘러드는 계곡으로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비경을 이루는 곳이다. 입구에는 10여m 높이의 웅장한 3단 폭포가 있다.

평창 원당 계곡에서 시원하게 피서를 즐기는 여행객들.
평창엔 오대천 외에 평창강이 흐르는데 지류 중 원당계곡 역시 호젓한 피서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곳은 느릅나무가 많이 자생해 원당계곡 상류 부근을 느릅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인적이 드물어 원시계곡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물이 깊지 않고 물살이 강하지 않아 우리나라 토종 어종인 쉬리를 비롯해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평창=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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