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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괴석…무엇을 바라 묵묵히 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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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11 14:00:00 수정 : 2016-08-10 19: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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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 금산 보리암은 뒤편에 대장봉을 필두로 화엄봉, 일월봉, 제석봉, 향로봉 등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앞편으로는 삼불암과 만장대, 사선대가 자리 잡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인 금산은 비단산이란 이름처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산 어느 봉우리에서 내려봐도 푸른 물결이 출렁인다. 시야를 가리는 건 구름뿐이다. 푸른 바다와 맞닿은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몇 점이 떠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바다뿐 아니다. 각기 봉우리는 누구 모습이 더 빼어난 지 자랑하듯 고개를 뻣뻣이 들고 서 있다. 오히려 푸른 바다보다 기괴한 모양의 바위 봉우리에 흠뻑 마음을 뺏길지도 모른다. 파란 바다와 하늘, 하얀 구름, 금빛 바위, 초록의 숲. 단지 이 네 가지 색이면 된다. 짙고 연함만 있을 뿐 이 네 가지 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여름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비단으로 덮인 산. 널리 빛을 밝혀 온 세상을 환하게 하는 곳.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

경남 남해 금산(해발 705m)은 바다 위에 초연히 떠 있다. 사방이 바다다. 섬 중간에 우뚝 솟은 산으로 바다와 기암괴석이 이룬 조화는 ‘유아독존’이다. 먼 남해 끝 자락에 위치한 높이 700m에 불과한 산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듯 뭍의 1000m가 넘는 높은 산들보다 수려한 풍경을 뽐낸다.

남해 바다와 금산이 이루는 풍경을 보는 길은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복곡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매표소에 이른다. 각각 1000원이다. 내려올 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1000원이 추가로 든다.

매표소부터는 천천히 오르면 된다. 경사가 가파르거나 힘든 구간도 별로 없다. 10분 정도 오르면 매점이 나오는데 금산의 첫 풍경이 펼쳐진다. 우뚝 솟은 봉우리 앞에 고개를 숙인 형태의 바위가 놓여 있다. 그 아래가 보리암이다. 금산의 바위들은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지만, 유일하게 고개를 숙인 바위다. 지방 관아의 아전이 대장에게 절하는 모양새라 해서 대장봉과 형리암으로 이름 붙여졌다.
금산 상사암에 올라 풍경을 바라보는 여행객.
이곳에선 보리암으로 내려가는 길과 정상 망대(望臺)로 가는 길로 나뉜다. 보리암만 본다면 바로 내려가도 좋다. 하지만 금산의 바다 풍경을 하나하나 담으려면 망대 방향으로 틀자. 10여분이면 충분하다. 이미 버스를 타고 제법 올라와 산을 많이 타지 않아도 된다. 망대는 말 그대로 전망대다. 고려시대부터 이용한 봉수대로 왜적이 남해를 공격해오면 이곳에서부터 봉화가 시작됐다. 망대 주변의 바위엔 예부터 이곳의 경치에 반한 선비들이 새긴 이름과 시들이 음각돼 있다. 풍광이 수려한 곳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나보다.

망대에서 내려와 헬기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부소암과 상사암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시간이 된다면 부소암 방향으로 갔다 다시 돌아와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상사암으로 내려가자.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편이다. 15분가량 걸으면 상사암이다. 상사암에는 이웃에 사는 과부에 반해 상사병에 걸린 남자가 죽을 지경에 이르자 과부가 이 바위에서 남자의 상사를 풀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또 주인집 딸을 짝사랑하던 노비가 애태우다 죽어 구렁이가 된 뒤 주인집 딸을 꽁꽁 감은 채 풀어주지 않자 딸의 부모는 굿을 했다. 이에 구렁이가 상사암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도 있다.

사랑 얘기보다 이곳에서는 사방으로 감탄이 쏟아지는 풍경에 푹 젖어들지 모른다. 금산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니 어딜 봐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파노라마처럼 각양각색의 풍광이 펼쳐진다.

상사암에서 바다 쪽으로는 상주해수욕장과 두모마을, 김만중 선생이 유배생활을 한 노도섬, 앵강만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산중턱에 기암괴석들이 불쑥 튀어나와 있다. 이름조차 없다. 금산은 빼어난 풍광을 가진 곳이 38곳이나 돼 ‘금산 38경’을 갖고 있는 곳이다. 웬만한 기암괴석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보리암 방향을 바라보면 보리암 뒤편의 대장봉을 필두로 화엄봉, 일월봉, 제석봉, 향로봉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보리암 앞편으로는 삼불암과 만장대, 사선대가 자리 잡고 있다.

아쉽지만 풍광 구경은 그만하고 내려와야 한다. 상사암을 갈 때 가파른 길을 내려와 다시 그 길 오를 생각에 한숨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금산은 등산로가 많다. 가파른 그 길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올라도 된다. 좌선대와 제석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제석봉을 지나면 거북 모양의 흔들바위가 있다. 많이 움직일 것을 기대하진 말자.
금산 산행에 만날 수 있는 오래된 금산산장.

30분가량 걸으면 또 하나의 절경 쌍홍문이 나온다. 금산의 수문장, 관문으로 불리는 곳이다. 보물섬에 나오는 해골섬처럼 두 눈이 파인 검은 동굴을 연상케 한다. 그 안에 보물은 없지만 윗부분에 구멍이 세 개 뚫려 있다. 세 곳에 각각 돌을 던져 모두 넣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니 도전해보자. 쉽지 않아 꽤 시간을 잡아먹을 수 있다.

소원을 빌었으면 보리암 방향으로 가면 된다. 10분이면 된다. 보리암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곳이다. 해수관음상과 작은 삼층석탑이 서 있다. 보리암은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우리나라 대표 관음성지 중 한 곳이다. 절실함을 가져야 ‘기도발’이 효험이 있을 것이다.

남해=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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