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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도 사회현상에 반응하는 잰걸음 필요”

입력 : 2016-08-16 20:19:08 수정 : 2016-08-16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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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 작가, 8년 만에 국내 개인전 오래전 작가는 탱크에 꽃장식을 한 적이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에 쓰였던 탱크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소품으로 쓰였던 것이다. 우리는 탱크라는 전쟁 무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오히려 꽃장식을 통한 ‘낯설게 하기’로 우리의 현실을 환기시켜 보게 된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였던 이용백(50) 작가의 작업 방식이다.

날개를 소재로 한 알루미늄 조형물도 그렇다. 그냥 스쳐보면 희망, 평화를 상징하는 것 같다. 그 아래 방음스펀지로 만든 스텔스 폭격기의 형상이 깔려 있다. 아름다운 외형의 비행기가 전쟁의 공포를 상기시킨다.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을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

거울 설치작품 ‘낯선 산책’ 공간에 선 이용백 작가. 거울이 기울어지면서 가운데 놓인 대나무 화분이 일그러지고 출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현기증 나게 흔들리는 요즘의 한반도 정세를 은유하는 듯하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거울이 사방을 채운 공간 가운데 대나무 화분이 자리한 작품의 제목은 ‘낯선 산책’이다. 거울이 움직이면 이미지들이 일그러지고 출렁거려 그 속을 산책하는 이는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현기증 나는 세상에 대한 은유다.

“내가 살아 온 50년 인생 중 최근 몇 년이 가장 기괴하고 이상했다. 요즘처럼 한국이 낯설 때가 없었다. 비상식적인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우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덤덤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 괴리감을 작품을 통해서라도 좁히고 싶었다.”

그가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19일부터 9월25일까지 전시를 연다.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이후 8년 만에 국내에서 여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위성 지도에서 남북한 군사분계선 주변을 하얗게 처리한 부분을 조각으로 만든 작품도 선보인다. 보안상 군사시설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를 조형물로 드러낸 것이다. 작품은 전기 차단에 쓰이는 절연재로 만들었다. 소통보다는 단절로 치닫는 남북을 상징한다.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위성지도를 제대로 다 볼 수 없다니 아이러니 아닌가. 우리 사회의 단선적 구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대표작 ‘엔젤 솔저’도 출품된다. 텍스트가 보강된 영상작품이다. 언뜻 보면 꽃무덤 같지만 자세히 보면 꽃무늬 군복으로 위장한 군인이 서서히 움직인다. ‘전사(군인)’를 ‘천사(엔젤)’로 낯설게 만든 것이다. 공기총으로 플라스틱 지구본을 쏴 지구본이 회전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도 있다. 종종 총알이 조준한 지역을 벗어나자 깔깔대며 웃는 음성도 들린다. 무감각해진 폭력성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는 요즘 세상변화에 뒤처지는 예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예술이 세상의 변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미술관 전시기획 기간에 세상은 또 많이 변해 있다. ‘날것’의 생기 있는 작품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지나치게 숙성시키다 보니 부패한 상차림을 하기가 일쑤다.”

그는 예술가도 사회 현상에 즉각 반응하는 잰걸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지루하고 역겨운 작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과 담론 대표이자 미술평론가인 조관용씨는 ‘복잡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원같이 정갈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구경하는 것과 같이 둘러볼 수 있는 전시’라며 우리의 시대적 자화상을 음미해 보게 된다고 평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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