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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박탈당해도 종족의 위험 알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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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2 14:48:48 수정 : 2016-08-22 15: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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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결승선서 두 팔로 '엑스' 표시한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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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마라톤에 출전한 에티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는 21일(현지시간)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팔을 번쩍 들어 ‘엑스’(X) 표시를 했다. 42.195㎞ 풀코스를 내달려 얼굴이 땀범벅이었지만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눈빛. 하지만 누구도 그가 한 행동의 의미를 몰랐다.

엘루이드 킵초게(케냐) 보다 1분여 뒤진 2시간9분54초를 기록,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이번 올림픽 마지막 시상식에서 또한번 엑스 퍼포먼스를 이어가며 세상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방송 등은 이날 마라톤 은메달리스트인 릴레사가 에티오피아 정부의 탄압에 저항하는 오로모 족의 의지를 담아 결승선과 시상식 등에서 반정부 퍼포먼스를 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의 행동이 ‘대회 기간에 정치적 의사 표시를 금지’한 올림픽 헌장 50조에 어긋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규정 위반으로 결정되면 메달을 잃게 된다.

릴레사는 이에 대해 메달이 박탈되더라도 종족에 닥친 위험과 에티오피아의 실상을 알려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큰 문제가 있지만 반정부 시위를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본국에서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올림픽에서) 내 의견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국영방송은 릴레사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삭제한 뒤 경기를 방영했다. 

 
릴레사는 특히 “에티오피아 정부가 내 종족을 살해하고 땅과 자원을 빼앗고 있다”며 “나 또한 오로모 족이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릴레사의 친척들은 이미 투옥됐는데, 민주적 권리를 주장하면 죽임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에티오피아에 아내와 두 아이를 두고 온 릴레사는 “본국에 돌아가면 나도 죽임을 당하거나 투옥될 수 있다”며 “다른 나라로 거처를 옮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은 릴레사가 미국이나 케냐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의 한 인권단체는 에티오피아 당국이 최근 7개월간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400명 이상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외신은 희생자가 1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반정부 시위를 강제 진압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정부는 희생자 규모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오로모 족은 에티오피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종족이다. 하지만 인구의 6%에 불과한 티그라이 족이 정치와 군사, 경제를 장악하면서 모든 정책과 결정에 있어서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에티오피아 정부가 2대 종족인 암하라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 시위가 이어졌고, 오로모 족이 시위에 가세하면서 희생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사진=EPA·AP·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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