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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항공기 화장실서 ‘변신하는 이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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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2 22:14:08 수정 : 2016-08-22 22: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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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할 때 이슬람식 복장 탈바꿈
독특한 문화 인식 차별화된 교류 필요
“30분 후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 도착합니다.” 두바이에서 이란 테헤란으로 향하는 항공기 내 방송이 나온다. 기내가 분주해진다. 여러 여성이 화장실을 찾는다. 손에는 이란의 이슬람식 여성 머리두건인 루사리가 들려 있다. 짧은 옷을 입은 여성은 아예 손목과 발목까지 가리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화장실 가기 귀찮은 여성은 자리에서 머리를 정리하고 루사리를 착용한다. 해외에서의 자유로운 복장을 이란의 분위기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루사리를 착용한 모습이 다른 중동 혹은 이슬람국가 여성과는 사뭇 다르다. 젊은 여성은 앞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는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도 가끔 보인다. 보통 아랍권의 여성 머리두건인 히잡은 머리카락은 물론 목과 귀까지 가린다. 보수적인 나라에서는 눈만 내놓은 니캅도 많이 착용된다. 그런데 이란에서 상당수 여성은 머리두건을 머리에 걸치기만 한다. 마지못해 시늉만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란에서 루사리 착용은 의무다. 어길 시 법적 처벌을 받는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등장한 규정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는 중동에서 가장 세속적이고 자유로운 나라 중 하나였다. 혁명 전 팔레비 국왕 정부는 미국의 맹방 역할을 한 친서방 정책을 견지했다. 당시 테헤란대학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학생이 많았다. 곳곳에 술집이 있었고 영화관도 많았다. 아직도 이란의 영화가 때때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는 것도 과거 개방적인 문화 및 예술 활동의 결과다.

중동에 속해 있지만 이란 문화는 다른 아랍국가와는 크게 다르다. 이란이 가진 독특한 페르시아 문화는 오랜 역사적 교류의 결과다. 이란은 중국과 유럽 사이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수천년 동안 동서문명의 교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실크로드가 지나던 곳으로 다양한 문화와 지식이 교차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대 페르시아 문명과 제국을 건설했다. 지정학적 위치는 또 그리스의 알렉산더와 몽골의 훌라구의 침략과 점령을 가져오기도 했다.

대부분 20세기에 새로 생겨난 걸프 아랍국가와는 달리 이란은 또 오랜 제국과 통일국가를 이룩한 나라다. 기원전 3200년경에 수립된 엘람 왕국이 통일된 국가를 설립했다. 기원전 6세기는 중동의 상당부분을 통치하던 페르시아 제국이 부상했다. 7세기 이슬람 제국에 멸망하기 전까지 사산왕조가 있었고, 16세기 초에는 시아파를 국교로 삼은 사파비왕조가 들어서 현재 이슬람권의 시아파 종주국 역할을 하고 있다. 아랍의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국민국가 형성이 가장 먼저, 그리고 확고히 이뤄졌기에 페르시아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산업과 상업에 있어서도 아랍 걸프국가와는 크게 다르다. 동서의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여 고대부터 산업 발전에 노력했다. 이슬람을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7세기에 이미 “페르시아인은 우주에서도 지식을 배워 온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오랫동안 동서의 중개무역을 담당하면서 상술도 뛰어나다. 인도, 중국, 아랍 상인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우리 대통령의 방문 이후 이란과의 교류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랍국가와의 협력과는 차별화한 전략이 필요하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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