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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낙동강 700리 출발점에 ‘하늘 받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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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5 14:00:00 수정 : 2016-08-24 20: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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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경천대 / 볼모로 청나라 가던 소현세자 보필하던 우담 선생이 읊은 시조 /‘가노라 옥주봉아, 잇거라 경천대야’에서 유례… 그전엔 자천대로 불려/태백서 발원해 1300리 흐른 지류, 상주서 합쳐지며 남해까지 거센 물길
경북 상주 경천대전망대에서는 회상마을 앞에서 물돌이 치는 낙동강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는 의미의 경천대는 독특한 모양의 돌기둥을 말하는데 낙동강과 기암절벽, 소나무 등이 어우러져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낙동강은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다. 강원 태백 황지연못에서 시작해 여러 지류들이 합쳐져 남해로 1300리를 흐른다.

상류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흐르던 여러 하천은 경북 상주에서 모인다. 예천의 삼강과 문경의 영강, 상주의 이안천이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서 만나 낙동강을 이룬다.

낙동강 700리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낙동강이란 이름도 상주에서 비롯됐다.

상주는 상락 또는 낙양 등으로 불렸는데, 이 지역 동편으로 강이 흘러 낙동강으로 이름 붙여졌다.


낙동강 본류 시발점인 상주에서 굽이치는 강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는 경천대(擎天臺)가 첫손에 꼽힌다. 상주부터 부산까지 이어진 낙동강 명소 ‘12경’ 중 ‘1경’이다. 낙동강 본류가 시작되는 부근이어서 1경으로 꼽혔지만, 풍경과 품은 사연으로도 첫손에 꼽힐 만한 곳이다.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는 의미의 경천대는 독특한 모양의 돌기둥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회상마을을 끼고 도는 낙동강 물돌이와 기암 절벽 ‘용소’를 조망할 수 있다. 돌기둥뿐 아니라 낙동강과 기암절벽, 소나무 등이 어우러져 한동안 풍경에 빠져들게 만든다. 경천대의 돌기둥은 조선시대 때 일부가 무너졌다고 한다. 경천대는 ‘자천대(自天臺)’로 불렸던 곳이다. ‘하늘이 스스로 만든 경치’라고 불리던 곳이었으니 그 풍경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경천대를 받치고 있는 돌기둥.

자천대가 경천대로 이름을 바꾼 것은 우담 채득기 선생과 관련 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볼모로 끌고 갔다. 당시 임금인 인조는 상주에 머물고 있던 우담 선생에게 세자와 대군을 보필할 것을 요청했는데 몇 번 고사하다 결국 청으로 가게 됐다. 

우담 선생은 청나라 심양으로 떠나면서 남긴 ‘봉산곡(일명 천대별곡)’에서 ‘가노라 옥주봉아, 잇거라 경천대야’라고 읊었다. 이때부터 경천대로 불리기 시작했다. 청에서 돌아온 우담 선생은 벼슬에 나서지 않고, 경천대에서 은거 생활을 했다. 이때 무우정(舞雩亭)이란 정자를 세웠다. 정자에 걸터앉으면 강바람을 맞으며 낙동강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우담 채득기 선생이 세운 정자 무우정.

특히 무우정은 좋은 기(氣)가 흐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천대를 찾으면 무우정을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정자에 앉아 낙동강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우담 선생이 말한 옥주봉은 경천대 인근 산봉우리로 경천대 전망대가 있다. 멀리서부터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 풍광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경천대에서 5분가량 걸으면 용소 절벽을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활약한 정기룡 장군과 관련 있는 곳이다. 용소 인근에 야생마가 있었는데, 누구도 이 말을 길들이지 못했다. 이 얘기를 들은 정 장군이 직접 나서 이 말을 길들인 뒤, 전투에 나가 승리를 거뒀다고 한다. 정 장군은 육지에서 왜군을 맞아 크고 작은 전투에서 60전 60승을 한 용장이다. 하지만 그의 공적에 비해 후대에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고향인 경남 하동에서 눈을 감았지만, 유언에 따라 상주에 묻혔다.

경천대에서 차로 10여분을 달리면 낙동강 상류의 유일한 섬 경천섬을 만날 수 있다. 경천섬을 직접 가기보다는 강 건너 학 전망대에 오르면 낙동강과 섬의 풍경을 한번에 아우를 수 있다.

경천섬은 ‘낙동강 오리알’의 유래가 되는 곳이다. 이 섬 근처에 금개구리가 살고 있었는데, 학이 금개구리를 잡아먹고 봉황이 됐다. 이 얘기를 들은 다른 학은 물론 오리, 꿩들이 섬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산란 시 둥지를 차지하려고 새들이 다퉜고, 학 둥지에서 오리 새끼들이 부화하는 일도 생겼다. 이 오리 새끼들은 어미가 살피지 못해 제대로 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처럼 남의 둥지에서 태어나 홀로된 새끼들을 ‘낙동강 오리알’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 보는 경천대와 경천섬의 낙동강 풍경에서 인위적으로 정비된 모습이 눈에 띈다. 4대강 사업으로 모래사장 등 옛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하늘이 스스로 만든 풍광은 이제 옛 사진에서만 확인이 가능하게 됐다.

상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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