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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각산과 낙동강 사이 춤추는 초록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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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5 14:00:00 수정 : 2016-08-24 2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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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정취, 경북 상주
경북 상주 나각산은 정상 높이가 해발 240m에 불과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주변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 너른 평야와 낙동강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봉우리를 연결하고 있는 정상의 출렁다리는 나각산의 명소로 유명하다. 나각산은 산세가 소라를 닮아 이름 붙여졌다.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의 앞글자를 따온 명칭이다. 상주는 곡식 등 물자가 풍부한 곳이기에 신라 때 수도였던 경주와 함께 경상도를 대표했다. 이는 낙동강을 젖줄로 하는 너른 평야지대가 펼쳐져 있기에 가능했다. 상주는 낙동강이 흐르는 지역 중 가운데 유일하게 ‘낙동’이란 지명을 가진 곳으로 상주 여행에서 낙동강을 빼놓을 수 없다. 상주에서 낙동강을 즐기는 법은 다양하다. 잠깐의 산행으로 굽이치는 낙동강과 탁 트인 평야를 조망할 수 있고, 자전거를 타며 강바람을 마음껏 쐴 수도 있다. 이 정도로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낙동강에서 다양한 수상레저가 기다리고 있다.

◆해발 2000m 부럽지 않은 200m의 풍광

몇 시간 험한 산을 타지 않아도 된다. 불과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더구나 험한 길이 아니다. 산책하듯 편한 복장으로 남녀노소 힘들이지 않고 걸어가면 된다. 주위에 이렇다 할 산이 없다 보니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평야와 낙동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에 있는 나각산(螺角山) 얘기다. 해발 240m에 불과하다. 산세가 소라를 닮아 이름 붙여졌다.

나각산은 물량리와 낙동리 어느 쪽에서든 오를 수 있는데, 낙동중학교가 있는 나각산주차장에서 주로 오른다.

등산로에 접어들면 울창한 소나무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주변을 둘러보며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무데크가 나타난다. 벌써 정상 부근이다.

나무 데크를 오르면 전망대와 함께 반대편 봉우리를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보인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반대편 전망대가 하나 더 있다.

해발 240m에 불과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주변 풍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 사방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은 암반으로 이뤄져 있어 나무가 시야를 가리지도 않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전망대와 출렁다리를 오가며 보는 풍경에 내려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각산 동쪽으로 멀리서부터 낙동강 줄기가 유유히 굽이치며 흐르고 있다. 나각산과 낙동강 사이는 너른 평야지대가 초록 물결을 이룬다.

나각산은 규모는 작지만 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대표적인 전설이 마구(마귀)할멈 얘기다. 이 지역에 살던 한 노파가 ‘신선이 칠월칠석이면 땅에 내려와 숨겨놓은 봉황알을 먹고 불로장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칠월칠석이 돼 신선이 내려왔고, 묻어둔 봉황알을 꺼내 먹는 것을 몰래 본 이 노파는 신선이 떠난 후 봉황알을 훔쳐먹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선은 이 노파를 나각산 굴에 살게 했는데, 이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노파가 굴에서 사라진 후 마을 주민들이 이 굴을 찾았는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마구할멈굴을 갔다 와서는 자식을 갖게 됐다는 내용이다. 낙동주차장방향에서 정상을 오르다 보면 작은 석굴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바로 마구할멈굴이다. 이 외에도 겨울엔 따뜻한 물이, 여름엔 찬 물이 흘러나오는 찬물내기란 곳도 있었는데, 상수원 확보를 위해 주변에 관정을 뚫은 후 지금은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강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자전거 여행

상주를 여행할 때는 자전거가 꽤 유용하다. 평야지대가 많아 상주 시내에서 낙동강 주변 관광지까지 자전거로 다녀도 큰 불편함이 없다. 낙동강을 따라 주변 관광지를 도는 데도 자전거는 꽤 매력적이다. 버스를 타고 상주에 도착한다면 버스터미널에 내려 기차역으로 가면 된다. 택시로 기본요금 거리다. 터미널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신분증을 맡긴 후 4시간 정도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공짜다. 시내에서 경천대와 자전거박물관, 수상레저센터 등이 있는 낙동강 부근까지는 자전거로 1시간이면 도착한다. 시내에서 자전거를 빌리기 힘들다면 자전거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이곳에서도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대부분 유명 여행코스가 이 부근에 몰려 있어 자전거로 이동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낙동강 주변으로 자전거 길이 잘 정비돼 있어, 강바람을 마음껏 맞으며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다니며 풍경 구경만 하지 않아도 된다. 상주에는 승마와 수상 레저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말이다.

상주국제승마장에선 말을 타 본 경험이 없는 여행객들도 손쉽게 승마를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는 미니어처 종의 작은 말을 타면 된다. 조교가 말 앞에서 고삐를 잡아주고 체험장을 도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승마장에서 낙동강을 따라 10여분 자전거로 달리면 자전거박물관에 이른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부담스럽다면 박물관 앞 공터에서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용 자전거부터 가족이 탈 수 있는 대형자전거까지 다양하다. 박물관 내엔 가장 오래된 자전거부터 5단 자전거, 3인용 자전거 등 독특한 형태의 자전거들이 전시돼 있다. 
자전거박물관에 전시된 자전거들.
특히 자전거대회에서 우승해 일제시대 민족의 자긍심을 세웠던 엄복동 선수의 사진도 볼 수 있다. 당시 ‘하늘에 안창남, 땅에 엄복동’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워 준 인물이다.

인근의 낙동강생물자원관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낙동강 등 하천과 호수에 사는 담수 생물자원과 멸종돼 볼 수 없는 바바리사자 등 다양한 생물표본 5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낙동강을 좀 더 가까이서 즐기고 싶다면 낙단보와 상주보를 찾자. 둘 다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 낙단보에서는 수상스키,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 동력을 이용한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다. 상주보에서는 카누, 카약, 수상자전거 등 무동력 레저를 체험할 수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 가면 된다.

상주=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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