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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 집회 참가 농민 막아선 경찰 행위는 위법

입력 : 2016-08-25 14:47:17 수정 : 2016-08-25 14: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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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회 간부 등 농민 6명 항소심서 무죄 시간·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위법한 집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로 출발 또는 이동하는 행위 자체를 경찰관이 함부로 제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2013년 12월19일 오전 10시 농민 200여명(주최 측 추산)은 광주 광산구청 앞에서 전국농민대회 참석을 위한 출정식을 가졌다.

이후 농민들은 각 지에서 운송된 벼 8만㎏을 1t 화물차 50여대에 나눠 싣고 서울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광산IC 방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광주공항 인근 편도 4차선 도로에서 경찰의 저지에 발이 묶였다. 경찰병력 100여명이 방패를 들고 도로 전 차선을 막아 선 것이다.

농민들은 "평화로운 상경 대열을 경찰이 막아서며 교통 혼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항의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왜 서울 집회에 참석하는 우리를 막느냐"는 농민들의 항의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지시받고 하는 것 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계속해 앞으로 진행하려는 시도를 했으며, 이로 인해 경찰병력의 대오가 일부 흐트러졌다. 이를 이용, 농민들은 같은 날 오후 12시30분께 광주시청 쪽으로 이동했다. 경찰병력은 이를 막지는 않았다.

하지만 더이상의 진행을 허용하지 않았다.

농민들의 차량과 경찰병력 사이 다시 대치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 일부 농민들은 트럭에 실어놓은 벼를 뿌리며 경찰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또 농민회 한 간부는 "허가된 집회에 참석하려 하는데 막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으나 경찰들은 서로 책임자가 아니라며 답변을 피했다.

대치상태가 약1시간이 지나도록 경찰들은 농민들이 진행하는 방면의 도로를 모두 막은 채 길을 열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농민들은 같은 날 오후 1시40분께 도로에 세워진 트럭들에 열쇠를 그대로 꽂아둔 채 주변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자리를 떠나면서 현장에 있던 경찰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달라. 식사 중간이라도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떠난 사이 경찰은 견인차를 동원, 도로 위에 있던 트럭들을 견인했다. 이에 흥분한 농민 일부가 현장에 있던 사복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욕설을 했다.

그러자 사복경찰들은 농민들을 체포해 경찰버스에 태웠다. 거의 동시에 현장에서는 "여러분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현행범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영장없이 체포하겠다" 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당시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 흐름을 방해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광주 농민회 간부 박모(당시 43세)씨 등 7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박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또다른 농민들에게는 벌금 200∼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광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종채)는 지난 24일 박씨와 농민 5명에 대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농민들의 행위가 집시법이 금지하는 미신고 시위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서울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트럭들을 운행, 이동·행진한 것이며 그 수준을 넘어서서 다른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행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이 트럭 50여대에 나눠 타고 도로를 진행한 행위를 미신고 시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이동을 저지한 행위는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집시법에 의해 금지돼 주최 또는 참가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집회·시위가 개최될 것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시간·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해당 집회·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출발 또는 이동하는 행위를 함부로 제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한 행정상 즉시강제인 경찰관의 제지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농민회는 25일 오후 광주경찰청 앞에서 당시 경찰의 제지와 수사에 대한 항의성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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