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혜만 챙기고 책임은 외면… 한국 상층의 민낯

입력 : 2016-08-26 19:56:20 수정 : 2016-08-26 23:22: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우리처럼 저성장·양극화로 신음하는 선진국
200년 이상 변함없이 그 지위 유지하는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집단이 있다는 것
송복 지음/가디언/1만6000원
특혜와 책임/ 송복 지음/가디언/1만6000원


“특혜를 받았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특혜를 챙기는 사람들만 북적이고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다. 상층은 있는데 상류사회는 없고, 고위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는 사회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특혜’ 받는 사람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런데도 이를 모르는 철면피 상층과 고위직층이 움켜쥐고 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의 한국사회를 꼬집은 저서를 냈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품는 이는 비단 송 교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은 1960년대 이래 30여년간 유례없는 산업화를 성취했다. ‘적나라한 물리력’에 기초한 강력한 리더십이 산업화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더는 동력을 갖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 이끌어갈 ‘동력’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송 교수는 우리보다 앞서 나갔던 선진국들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의 예를 통해 그들의 경험을 전한다. 선진국들은 변함없이 200년 이상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성장, 양극화에 신음하고 있다. 사회는 심한 갈등에 날카로워졌고, 계층 간·세대 간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도 유사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대접받고 있다. 오랜 세월 선진국으로 지켜나가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우리와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1440년 건립된 명문 사립으로만 알려진 영국 런던의 이튼 스쿨은 사실 상류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장 확실하게 가르치는 학교로 유명하다. 사진은 고색창연한 이튼 스쿨 건물의 모습이다.
가디언 제공
가장 드러나는 요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송 교수는 “그들에게는 계속 존경심을 유발하는 사람들이 있고, 계속 도덕심을 높여주는 집단이 있었다. 바로 이것이 역사를 이끌어 가는 동력인데, 지금 한국에는 그것이 없다”고 한탄한다. 언필칭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타락한 자본주의 내지 영악한 선진국이라고 손가락질받곤한다. 하지만 사실 그들 나름의 존경심과 도덕성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것.

영국의 유명 사립학교 이튼스쿨은 좋은 사례다. 그저 유명 사립 중고교가 아니다. 전쟁 나면 이튼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제들부터 전쟁터에 보낸다. ‘워털루 전투’를 승리로 이끈 웰링턴과 그 부하들이나 유명 작가 조지 오웰 등은 전쟁에 뛰어든 당대 명문가 자제들이었다. 이튼 출신인 윌리엄 왕자도 군대를 다녀왔다.

우리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선진국들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최근 청와대 수석의 아들은 이른바 ‘꽃보직’ 군복무 중이다. 외박과 외출은 제멋대로이다. 송 교수는 “그들은 나라와 국민으로부터 받고 있는 특혜를 제 잘나서 혹은 제 능력과 경쟁력이 있어서 지금 그 자리에 있고, 지금 받고 있는 특혜는 자신의 피땀과 눈물의 대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질타한다. 특히 고위 법조인들, 국회의원 같은 고위직 정치인, 고위직 관료들이 그들이라고 지적한다.


신라 시대 귀족의 자제들로 구성된 화랑도들은 전쟁 등 국난이 발생했을 때는 앞장섰던 젊은이들이었다. 고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가디언 제공
여든을 넘긴 노학자 송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목도해왔다. 그들이 물러나면 깡패에 다름 아닌 ‘○○피아’가 그들 이름 뒤에 붙는 것을…, 수범을 보여도 시원찮을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정반대되는 ‘마피아’라니 기가 막힐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준에서 보면 그들은 천민이나 금수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금수와 천민이 상층인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한탄한다.

“천민성은 사회의 병이다. 사회의 병은 육신의 병이 아니라 생각의 병이고 행동의 병이다. 천민성이란 생각과 행동이 천해지는 병이다. 사회는 함께 더불어 사는 곳이다. 누구도 혼자서는 못 산다. 사스나 메르스에 걸리면 떼어내 한 사람씩 격리시키면 된다. 그러나 이 사회의 병은 격리가 안 된다. 그래서 모두 뒤엉켜 병이 들고 예외 없이 ‘네 탓’을 한다.”



 
신라 시대 귀족의 자제들로 구성된 화랑도는 국난 극복에 앞장섰던 젊은이들이었다. 고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사진은 TV드라마의 한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송 교수는 “지금 우리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이 ‘사회 병’에 걸려 있다. 이 병에 걸려 인격이 무너지고 품격이 밑바닥으로 내려앉아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가 있었다. 고대 신라의 상층부가 그 좋은 본보기다. 신라의 상류사회는 영국인이나 미국인들보다 더 리얼하고 치열했다. 신라인들은 우수성하고 영리하며, 지혜로움을 갖췄다. 신라인들의 이런 장점이 사실은 삼국통일의 기반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라의 상층부는 백제인처럼 타락하지 않았고, 고구려인처럼 부패하지 않았다. 3국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상류사회를 형성했다. 신라 상층부의 이런 도덕성이 민심을 이끌었고 삼국통일의 토대가 된 것이다.

송 교수는 “그들의 ‘특혜 누림’이 ‘희생의식’으로 전환되는 그날 대한민국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진 새로운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희망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