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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온 인간과 철학

입력 : 2016-08-26 20:11:57 수정 : 2016-08-26 20: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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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마코토 지음/정은지 옮김/21세기북스/1만5000원
철학썰전/ 모기 마코토 지음/정은지 옮김/21세기북스/1만5000원


색다른 철학 입문서가 나왔다. 어려운 철학 이론을 설명하는 대신 세계사를 곁들여 철학이 역사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풀이한다. 인문학의 기반인 철학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다. 예컨대 ‘법과 정의’ 항목에 나와 있는 글이다.

50대 독일계 아르헨티나인 리카르도 클레멘트는 주임 직함을 가진 평범한 공장 노동자다. 1960년 어느 날 그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에게 납치되었다. 그는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한 나치 전범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아돌프 아이히만이었다. 이스라엘로 소환된 그는 당연히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끝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명령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에게 있어 법과 정의는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법은 항상 정의의 편일까? 아이히만이 악인인가 아니면 법이 잘못되었는가.

‘기독교 십자군이 이슬람 세계를 침략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동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 십자군 전쟁은 로마 황제와 비잔틴 황제의 권력 갈등이 원인이었다. 또는 그리스도교에 의한 마지막 심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종말론 사상에 자극받은 무장 순례였다. 인구가 급증하자 잉여 인구의 배출구로 이용했다는 등의 분석이 나왔다. 복합적인 역사적, 철학적 요인이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철학이 세계사 속에서 어떻게 싹텄고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것처럼 풀이한다. 토론으로 철학적 학문을 교류하는 방법은 고대 인도의 철학자나 플라톤의 공부법이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에 대한 관점’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은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그 좋은 사례다. 열강들은 서구 철학적 명분 아래 자행된 무자비한 식민지지배를 가리기 위해 국제기구를 만들었다. 강대국들끼리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만든 국제연합의 탄생이 그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서구 철학이 전쟁에 어떻게 이용되었는지를 풀이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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