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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없다'는게 무슨 의미?…"꼬리 자르기 의도"

입력 : 2016-08-26 17:05:38 수정 : 2016-08-26 17: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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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압박, 두려움, 책임감 등이 극단적 선택 이유
"유서라는 게 반드시 진실만을 쓰는 건 아냐"
롯데그룹 2인자로 통하던 이인원(69) 부회장이 26일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한 명의 유력 인사가 검찰 앞에서 삶을 등졌다.

과거에도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검찰 조사를 전후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기업인의 경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등이 그랬다.

이들은 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같이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수사에 대한 큰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쌓아온 명예가 한순간에 추락하며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데 대한 두려움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책임감도 작용하는 것것으로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차라리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이 조직이나 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더 나은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쌓아온 본인의 명성을 잃지 않기 위해, 또 몸담았던 회사에 대한 마지막 공헌과 충정 차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떤 사람은 상황을 헤쳐 나가려고 하는 반면, 이 부회장의 경우에는 헤쳐 나가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검찰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증거자료 등을 상대하기에 상당 부분 벅차다고 느낀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추론했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들보다 사회 저명인사들이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을 더 크게 받는다"며 "그동안 쌓아온 명예라는 것이 있는데 검찰 수사를 통해 앞으로 닥칠 수치심과 불안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사회적 명성이 있고 전혀 전과도 없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추락하게 된다면 수감 생활도 걱정이고 이후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게다가 이 부회장은 개인사까지 겹쳐 삶의 의욕마저 없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 부회장의 유서 내용을 두고 '수사 꼬리 자르기'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의 차 안에서는 유족과 롯데 임직원 앞으로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었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통상 자살하는 사람들이 유서를 남기는 비율은 30% 정도이고, 남기지 않는 비율이 70%로 훨씬 많다"면서 "유서를 남기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남은 사람에 대한 '인사성 유서', 두번째는 자기 해명을 하는 '전략성 유서'로 나뉜다. 이 부회장의 경우 두 가지 내용이 다 담겨있지만 일종의 전략성 유서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서라는 게 반드시 진실만을 쓰는 게 아니다"라며 "유서를 통해서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길 바라고, 치부를 밝히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수정 교수는 "롯데에 비자금이 정말 없다면 굳이 왜 자살까지 했을까.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라며 "비자금이 없으니까 롯데에 대해 더 이상 수사하지 말라는 게 유서의 주요 핵심이지 않나"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웅혁 교수는 "유서에서 '비자금은 없다'고 한 것은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수사 자체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게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본인에 대한 혐의는 적어도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게 될 테고 비자금 의혹 연루자들에 대한 진술 부담도 덜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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