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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대박과 쪽박사이 … 사설시장서 ‘위험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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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7 14:20:00 수정 : 2016-08-27 14: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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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손정의 회장, 알리바바에 2000만불 투자
나스닥 상장 뒤 4000배 수익… 드문 케이스
브로커 본인 보유 물량, 유망종목 추천 일쑤
정보 적은 개인, 고가매입·사기 등 손해 많아
과거 명동사채업자들은 장외주식을 담보물로 다뤘다고 한다. 돈이 필요한 기업인들이 주식을 맡기고 사채를 쓴 것이다. 장외주식은 1990년대 말 벤처 붐을 타고 자금이 몰리며 주목받았다. IMF 외환위기 때 돈을 급하게 빌려야 했던 사업가들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수년 후 장외주식의 거품이 꺼지면서 인기도 시들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장외주식투자에 다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짜 주식’을 받아 12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가 구속된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대박’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어 방송에서 ‘청담동 주식부자’라 불리며 재력을 과시하던 30대 투자자가 부당 주식거래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장외주식시장은 대박과 쪽박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장외주식 시장인 K-OTC가 외면 받고 사설시장에서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불법 브로커가 판치고 덩달아 불공정거래와 사기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상장되면 대박이지만 정보 부족으로 ‘브로커 놀이터’ 위험도

장외주식의 경우 가장 큰 호재는 상장 가능성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2000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만난 뒤 소프트뱅크를 통해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알리바바에 투자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급성장했고 2014년 9월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손 회장이 투자를 통해 취득한 알리바바 지분의 가치는 747억달러(약 82조원)까지 폭등했다. 무려 4000배의 수익을 낸 것이다.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데이토즈는 2010년 코오롱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억원을 투자받았다. 3년 후 선데이토즈가 스팩(SPAC)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되자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주식 매각 등을 통해 총 330억원을 회수해 2100%의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장외주식은 상장사에 비해 부도 위험성이 높다. 또한 투자기업과 무관하게 불법 브로커 등에 의해 사기 또는 고가 매입(매도) 등으로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일도 잦다. 장외주식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상장주식보다 투자자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정보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브로커의 말에만 의존해 장외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장외 사설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장외주식 매매를 홍보하는 브로커들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취재진과 금융투자협회가 장외 사이트에 광고 중인 브로커 업체 등과 접촉한 결과 대부분의 장외브로커는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투자매매와 투자중개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주로 본인들의 보유 물량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하며 이를 매수할 것을 권유했고, 경우에 따라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희망종목을 확보해줄 수 있다고 했다.

A업체는 종목 추천이 가능하며 해당 종목은 회사 보유분으로, 사설 사이트에 올라온 호가도 본인들이 올려놓은 매물이라고 언급했다. B브로커는 광고에 올려놓은 가격보다 3000원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해당 종목 주식 가격이 오르고 있는 국면이라는 게 이유였다. C업체는 종목을 추천하며 산정 근거에 대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산출한 가격을 제시했다. 같은 종목이라도 업체나 사이트마다 가격이 제각각이었다.


◆외면받는 K-OTC… “규제완화로 장외시장 제도권 진입시켜야”

2014년 금융당국은 장외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투협이 운영하는 공식 장외시장인 K-OTC를 개설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사설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K-OTC의 영업일 평균 거래량이 10억원 수준인 데 비해 사설사이트를 통한 거래량은 일 평균 35억원(추정)에 달한다. 비공식 브로커를 통한 장외주식 거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K-OTC가 외면받고 유사수신, 사기 등의 위험이 따르는데도 굳이 투자자가 사설사이트를 찾는 이유는 양도소득세 문제 등이 꼽힌다. K-OTC시장은 거래소와 달리 소액주주에 대해 증권거래세 0.5%(내년 4월부터 0.3%) 외에 대기업 20%, 중소기업 10% 등의 양도세를 중복 부과한다. 반면 K-OTC 이외의 개인 간 장외거래는 거래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양도세를 굳이 낼 필요가 없다.

이에 금투협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장내 거래에서 양도세를 면제한 것처럼 K-OTC시장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면제하거나 단계별로 줄여준다면 투자자를 제도화된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화된 시장의 경우 증권거래세가 자동징수돼 안정적인 세원 확보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매출규제 완화 등을 통해 현행 139개인 K-OTC 거래대상 기업을 200여개로 늘리는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인가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감시·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원은 “장외주식이 투자자 보호가 안 된다지만 불공정거래를 주도하는 세력은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주도 세력 색출작업과 처벌 강화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중·김라윤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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