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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진정한 문화재 돌봄은 많은 사람 찾게 가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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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6 21:15:44 수정 : 2016-08-26 23: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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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3년 맞은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다면 우리는 신라의 달빛과 경주의 추억을 팔고 있습니다.”

천년고도 경주의 가치를 높이고 바로 알리기 위해 외길을 가고 있는 신라문화원 진병길(51) 원장은 26일 “문화재는 골칫거리가 아닌 지역의 소중한 자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도 경주는 문화재로 인한 규제도 많지만 문화재와 유적, 신라 역사, 인물에 스토리를 입히면 어느 도시도 따라올 수 없는 국내 관광1번지임에 틀림없다.

경주 출신인 진 원장은 동국대 국사학과를 다닐 때부터 경주의 문화유산을 시대에 맞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문화재를 지키는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1989년 총학생회 종교부장을 맡아 경주캠퍼스 상징탑인 백상탑 건립운동 때 1억300만원을 모금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진 원장은 “큰일을 하면서 사사로움 없이 공평한 마음으로 추진하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이자 경험을 얻었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그는 이를 동력으로 1993년 뜻을 같이하는 지역인사 50여명과 함께 경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는 신라문화원을 설립했다. 당시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던 고청 윤경렬 선생과 혜국 스님이 고문을 맡아 척박한 환경에서 오늘날의 신라문화원으로 만드는 데 초석을 다졌다.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이 신라달빛기행과 추억의 경주수학 여행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진 원장은 “경주를 그저 유명한 관광지로 생각하고 한 번 가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입맛을 당기는 맛 좋은 음식이 있어 계속 찾게 되는 단골식당처럼 다시 오고 싶은 관광지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설립한 신라문화원은 경주남산지도와 경주유적전도, 경주문화기행, 어린이문화학교, 문화유산방문교육, 문화재지킴이운동 등 신라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가꾸고, 활용하는 데 전력했다. 그 결과 신라문화원이 스물세 살의 청년이 된 지금은 경주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교육하는 문화메카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에 신라문화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신라달빛기행’과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이 선정되기도 했다. 진 원장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것이었다.

그는 “1994년 9월부터 매월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열리는 신라달빛기행은 경북도와 경주시 지원으로 이제 전국에서도 대표적인 야간관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며 “현재 창덕궁 달빛기행 등 전국 20여곳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해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원장은 “달빛 아래 신라 천년의 문화를 더욱 생동감 있게 연출하면서 한 해에 4000여명이 신라달빛기행에 참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반 관광객은 물론 회사연수, 각종모임, MT 등 단체 참가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진 원장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도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 또한 최근 새로운 경주관광패턴으로 자리매김해 전국의 초·중·고 동창회뿐 아니라 단체와 모임 등에서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중년층을 과거 우리나라 수학여행 1번지였던 경주로 초청해 교복을 입고 추억을 되살리게 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라문화원은 신라문화체험장과 경주고택, 문화재보존활용센터 등 3개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문화를 통한 취약계층의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는 2007년 관광형태가 점차 체험과 학습으로 변함에 따라 대릉원과 첨성대 사이에 신라문화체험장을 조성했다. 신라문화재를 응용한 10여종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접하고, 문화재 영상강의 및 공연이 가능하고, 도보 10분 거리에 첨성대·천마총·계림·월성 등이 있어 답사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다.

또 다른 사회적기업인 경주고택의 경우 천년고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숙박 제공을 위해 월암재와 서악서원, 도봉서당, 독락당 등 6곳의 고택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 숙박이 아니라 민속놀이와 차 예절, 고택 뜨락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진 원장은 “문화재는 관심을 갖고 활용해야 보존도 잘된다”며 “경주문화와 경북, 나아가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패턴 속에서 관광자원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국문화재돌봄지원센터 이사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문화재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 주변에 꽃도 심어 주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관광객들에게는 쾌적하게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재 돌봄”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경주=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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