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로마에 사는 줄리아(9), 조르지아 리날도(4) 자매는 부모님을 따라 외가인 페스카라 델 트론토를 방문했다. 즐거웠던 기억도 잠시, 규모 6.2의 지진이 24일 오전 3시30분쯤 이 지역을 덮치자 줄리아와 조르지아는 순식간에 잔해 속에 파묻혔다. 아빠는 다리에, 엄마는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은 채 살아남았지만 자매의 행방은 묘연했다. 수색견을 동원해 진행된 16시간의 구조 작업 끝에 기적적으로 자매가 발견됐다. 숨진 언니 줄리아가 조르지아의 주변을 몸으로 감싼 상태였다. 조르지아는 입에 흙을 잔뜩 머금고 있었지만 줄리아의 몸이 완충 역할을 한 덕에 큰 부상 없이 구조됐다. 소방관 마시모 카이코는 “줄리아의 몸이 조르지아를 살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한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마르케주 아스콜리 피체노 체육관에서 줄리아의 장례식이 34명의 다른 희생자와 함께 진행됐다.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하얀색 관 위에는 한 구조대원의 편지가 놓였다. ‘안드레아’라는 구조대원이 쓴 편지에는 “우리가 너무 늦은 것을 용서하렴. 너는 밤 하늘에 별이 될 거야. 너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줄리아가 하늘 나라로 간 이날은 공교롭게도 동생 조르지아의 생일이었다.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마르케주 아스콜리 피체노에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네 살배기 동생 조르지아를 살리고 숨진 언니 줄리아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그의 관을 운구하고 있는 한 남성의 손에 들린 사진 속에서 줄리아가 환하게 웃고 있다. 아스콜리 피체노=AP연합뉴스 |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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