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는 위법 사항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등 야단법석이다. 행정자치부는 전국 지방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청탁방지담당관’을 지정토록 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추석 선물을 거절하고 식사·골프 약속을 취소하는 등 정가 풍경도 바뀌고 있다.
업계는 벌써부터 김영란법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한정식집 매출이 하루 평균 20% 정도 떨어지고 골프장 예약도 줄었다. 대기업은 화환·조화 등을 보내지 않아 꽃 소매상 타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전체가 이미 김영란법 영향권에 접어든 셈이다. 그러나 법 적용과 처벌을 둘러싼 해석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각종 모임에서 어떤 경우가 법에 걸리는지를 놓고 입씨름이 벌어지는 게 다반사다. 한 달 후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규율이 발효되는데 국민 불안이 만연한 상태다.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에 하루 수백통씩 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권익위도 법 해석을 놓고 쩔쩔 매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권익위 측은 까다로운 질문에 대해 “포털에 물어보라”, “판례가 쌓여야 한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언론·사학·기업별로 들어온 공통 질문을 유형화해 내달 초쯤 사례집이나 Q&A집을 배포하려던 계획도 유동적이다. 문의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돼 질문 분류 작업도 못한 상황이다. 구체적 사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마련되지 않으면 법 시행의 부작용과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김영란법에 대한 정보 격차가 범법자 양산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김영란법은 위법이 의심되는 경우 권익위에도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위반 적발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가 판칠 수 있는 여건이다. 시중에는 관련 학원이 성행 중이라고 한다.
새 법의 문제점을 예방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책임은 주무 부처에 있다. 권익위는 남은 기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소홀히 했다간 ‘염불보다 잿밥’에 정신 팔렸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권익위는 전직 ‘특수통’ 검사를 부위원장으로 영입해 ‘또 하나의 수사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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