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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길을 묻다] 대기업만 찾는 취준생… 청년만의 문제일까?

입력 : 2016-08-30 21:15:03 수정 : 2016-08-31 0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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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심 ‘한국호’ 성장률 추락… 중기·스타트업 촉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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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휩쓸던 노키아는 북유럽 강소국 핀란드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다. 2000년대 초반 노키아의 연간 매출은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0~25%에 달했다. 그러나 삼성과 애플 등 경쟁자의 거센 추격에 노키아가 몰락하자 핀란드 경제도 휘청거렸다. 핀란드 경제는 2012~2014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10%대로 치솟았다.


노키아 왕국이라 불리던 핀란드 경제는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이 내포한 치명적인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 핀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올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주년을 맞으며 선진국 문턱까지 왔지만, 1990년 9%가 넘던 잠재성장률은 3% 초반으로 떨어졌고 소득 양극화와 청년실업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OECD는 지난 5월 ‘2016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16)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기저를 이룬 부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하며 “한국이 가장 높은 선진국 수준의 생산성에 도달하려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고언했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 성장으로 OECD 회원국이 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생산성 저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 소득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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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이른 대기업 주도 성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2006~2010년 5년간 평균 4%를 기록한 잠재성장률은 2011~2015년 3.1%로 추락했다. 앞으로는 더 암울하다. KDI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3%, 2021~2025년엔 2.5%, 2025~2030년엔 1.8% 등으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교역량 감소 속에 수출 주도 성장을 해온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의 성장기여도(-0.3%포인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깎아먹었다는 의미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대기업이 견인하는 경제성장은 후발국이 빠른 성장을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이제는 추격형 성장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 지위로 올라오고 나니 그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대기업 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추격형 성장 과정에서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혁신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황폐화됐고, 대기업은 과거 유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총체적인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 주도 성장책은 자본과 인력 등 모든 자원이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벌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만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균형성장에 대한 국민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4.4%가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대기업에 편향됐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사회적 문제로는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심화(임금, 기술 등)’, ‘금융·인력 자원의 대기업 편중 심화’ 등을 꼽았다.

OECD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한국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한국은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기간제·시간제·파견근로자 등의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매우 공고하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업무역량이 정규직 핵심 연령대 근로자의 업무역량에 상응함에도 불구하고, 2014년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38%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술 중소·혁신 스타트업을 성장의 밀알로

노키아의 추락으로 휘청대던 핀란드는 대기업 위주 경제를 벤처와 기술혁신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하며 다시 일어섰다. 한국도 기술중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과 신규 창업을 촉진해 성장 모멘텀을 되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상길 한양대 교수(경영학부)는 “최근 대기업들이 과거와 다른 창의적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관료적인 문화가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어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들이 성장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지금 수준을 이어간다면 한국경제는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성장의 모멘텀을 중소혁신벤처기업에 넘겨줘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OECD도 “한국경제가 생산성을 제고하면 서비스업 및 생산성이 대기업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중소기업부문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며 “중소기업 정책방향을 생존에서 생산성 제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려면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진 법과 제도를 개편하고 규제를 철폐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부터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고,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와 갑을관계 개혁 이슈가 터지는 것은 국회 입법과 정부 정책이 경제적 약자 중심으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에 집중된 정책들을 좀 더 균형감 있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고착화된 불공정거래 관행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미·정지혜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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