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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도 분단 현실·통일에 관심 가져야”

입력 : 2016-08-30 20:37:07 수정 : 2016-08-31 00: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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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참석하는 실향민 엄택규씨
“이번 행사는 일반적인 국제자전거대회가 아닙니다. 수십년을 하루같이 고향만 바라봐온 사람들에게 주는 희망입니다.”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엄택규(74·사진)씨는 9월3일 개최되는 ‘투르 드 DMZ(Tour de DMZ)’ 행사를 앞두고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66년 전 고향을 떠나온 후 접경지역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줄어드는 데 대한 아쉬움을 늘 가지고 있었던 엄씨였기에 DMZ를 주제로 한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에 반가움은 더욱 컸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철책선 바로 옆 고향땅이 아스라이 보여요. 북한은 이곳에서 하루면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엄씨의 고향은 북한 땅인 고성군 장전읍이다. 목수로 일하던 엄씨의 아버지는 전쟁이 나자 함경남도 원산에 공부하러 간 누나와 함께 가겠다며 엄씨와 어머니를 친척들이 모여 사는 고성군 죽왕면으로 먼저 보낸 이후 연락이 끊겼다. 다만 몇년 후 같이 일하던 목수들을 통해 아버지가 사망했고, 그 인근에 가묘를 만들어 시신을 매장했다는 얘기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아버지와 누나 얘기를 입에 달고 살던 엄씨의 어머니는 1964년 세상을 떠났다. 가족을 보지 못한 한(恨)에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다고 한다.

엄씨 역시 고향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는 휴전선이 확정되기 전 고성에 살았던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 만든 ‘미수복 고성군민회’에 가입했다. 엄씨와 비슷한 처지의 미수복 고성군민회원들은 매년 50∼60명씩 모여서 고향에 대한 얘기들을 나눈다. 군민회원들은 “통일이 되면 바로 북한으로 달려가기 위해” 고성과 속초 등 인근 지역에 살고 있다.

엄씨는 늘 통일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 “얘기해 봤자 마음만 아프고 요즘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며 이젠 북한과 가족 얘기는 잘 꺼내지도 않는다.

엄씨는 군민회의 ‘명예 장전읍장’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한다. 축하행사 후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족들을 그리며 북녘을 향해 술도 한 잔 따를 예정이다. 아버지의 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데 대한 죄스러움이다. 아버지의 마지막 소식을 전한 목수들도 이제 세상을 떠나 엄씨 생전에 통일이 돼도 아버지의 묘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당장 이 행사 하나로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국내외에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염원을 계속 알리는 이런 행사들이 계속 이어져야 통일에 한발 한발 다가가는 계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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