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리뷰] 만듦새 뛰어나지만 공감은 ‘물음표’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6-09-07 17:32:40 수정 : 2016-09-07 18:05: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는 박수와 아쉬움이 공존한 무대였다. 만듦새는 매끈했다. 음악은 귀를 끌어당겼고 캐스팅은 절묘했다. 연출과 무대, 조명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 거슬리거나 튀는 대목이 거의 없었다. 대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대단히 세련되고 고무적인 성취를 보여줬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극의 흐름에 흥미와 공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원작을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공연 전부터 배우 김준수에 최적화된 뮤지컬로 기대를 모았다. 예상대로 이 작품은 김준수의, 김준수를 위한 뮤지컬이었다. 유미주의의 표상이자 비현실적 존재인 도리안 그레이는 김준수의 개성과 맞아 떨어졌다. 특유의 쇳소리 섞인 허스키한 음색은 도리안에 나른한 나르시시즘을 입혔다. 아이돌그룹 시절부터 춤 실력은 정평이 났지만, 무용 동작을 멋드러지게 소화하는 모습에는 감탄이 나왔다. 김준수 특유의 무대 장악력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인물들의 행동에 물음표가 생기는 순간순간에도 김준수 본연의 존재감이 무대를 장악하고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특히 도리안 캐릭터가 주체성을 갖기 시작하는 1부 후반부터 작품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바꿔 말하면 도리안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1부 전반부는 몰입도가 약하고 지루하다. 김준수는 순수한 소년을 표현하기에는 어색하고 붕 뜬 연기를 보여준다. 작품의 주제를 제시하는 헨리 워튼과 화가 배질의 대사는 과하게 현학적이다. 문학 작품의 문제의식이 뮤지컬 무대에 맞게 다듬어지지 않다보니 도덕과 쾌락주의, 미추를 다루는 대사들은 귓가를 맴돌뿐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장면과 장면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툭툭 제시될 뿐이다. 그러다보니 공연이 한참 진행됐음에도 ‘사건’은 없고 ‘사상’만 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자연히 작품의 진행에 호기심을 갖고 몰입하기가 힘들어진다.

여기에는 헨리 워튼의 캐릭터가 선명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헨리 역의 박은태가 명불허전의 실력을 보여줌에도 헨리는 극의 한 축을 받치는 캐릭터로서 존재감이 덜하다. 그가 그리는 ‘인간의 속박을 벗어난 완벽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극의 철학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다보니, 도리안이 왜 헨리 워튼의 사상에 경도됐는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 내적으로 몰락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되기보다, 보는 이가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진다. 원작의 뿌리인 도덕과 쾌락의 대립이 무대에 명료하게 구현되지 않은 탓이다.

창작 초연임을 감안할 때 ‘도리안 그레이’는 뛰어난 작품이다. 기존 대형 창작 뮤지컬이 조금씩 가지고 있던 투박함, 튀는 전개, 신파적 요소를 잘 피해 갔다. 다만 배우들의 비장한 감정에 공감과 감동을 느끼려면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