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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속에 녹아있는 평화 사상 탐색

입력 : 2016-09-10 03:00:00 수정 : 2016-09-09 20: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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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지음/행복한 에너지/2만5000원
평화의 여정으로 본 한국문화/박정진 지음/행복한 에너지/2만5000원


신라의 최치원이 ‘난랑비서’에서 나라의 ‘현묘지도’(玄妙之道)라고 밝힌 ‘풍류’에 대해 동양철학자 김범부는 “풍류도는 고대로부터 한민족의 기층에 깔려 있는 것이며, 그것은 무엇이든지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 풍류도는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종교요, 사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민족의 뿌리이자 자연친화적인 자생의 종교이자 사상이라는 것이다.

‘마고’(麻姑)는 무속신앙에서 숭상하는 ‘지모신’(地母神)이다. 엄청나게 거대한 마고가 움직이는 대로 산과 강, 바다, 섬, 성들이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고, 신라의 박제상이 저술하였다고 알려져 있는 ‘부도지’에는 ‘한민족의 세상을 창조한 신’으로 설명되어 있다. 마고는 한민족 창세신화의 주인공인 것이다.

우리 문화 속에서 궁극적인 평화의 사상을 탐색한 저자는 풍류도, 마고신화가 내포한 자연에 순응하는 삶, 여성성에 주목한다. 그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전통과 여성성의 심리”가 한민족의 뿌리임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계속된 외침과 가렴주구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기부정과 정체성 상실에 직면했고, 이것이 사대-식민의 심리적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마고신화’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의 한 장면. 마고는 우리 민족 창세신화의 주인공으로 지금도 무속 신앙에서 숭배의 대상이며, 한국문화가 가진 근본적인 여성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는 우리 사상, 역사의 왜곡이 고려시대 무신의 난, 몽골의 침입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결정적인 문화능력의 상실은 연산군에서 비롯한 사화와 당쟁에서 비롯됐다. 이때부터 외래사상인 성리학은 교조화되어 전통문화와의 연속성 속에서 새롭게 토착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사대-식민의 심리적 구조를 형성한 시기로 해석한다. ‘총체적인 주인정신의 결여’, 한국사 전개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냉정하다.

그런데 책은 첫머리에 한국에서의 철학하기가 곧 ‘평화철학’이라고 주장한다. 평화철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을 떠올릴 정도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고만” 평화 구현의 토대다. 외견상 충돌하는 이런 논리전개가 가능한 것은 우리가 평화를 사랑한 풍류도, 선(仙)사상의 종주국이며, 여성성이 강한 문화의 원시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서다.

특히 강조하는 것이 여성성이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가 가부장의 철학, 종교, 정치체제로 유지, 발전해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작금의 문명은 자연을 배반하는 정도가 극에 달해 거의 미친 지경에” 이르렀다. 가부장 중심의 역사는 “요약해서 말하면 전쟁의 역사”이며 “인류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인간은 이제 인구의 확장을 위해서 자연을 무작정 정복할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대화를 통해 생태적 인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이 여성성이며, 한국문화에 그 뿌리는 마고신화다. 여성성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명료하다.

“여성이야말로 자연의 상속자가 아닌가. 아무리 고도로 발달한 기계적 사회라고 하더라도 아이는 아직 여성의 몸으로 태어나고 있으며, 여성은 그로 인해 자연의 감각을 지니고 있지 않을 수 없다.”

여성성에 대한 강조는 가정을 ‘평화의 전당’이라고 규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여성은 무엇보다도 가정의 평화와 평화로운 공동체를 기원하는 존재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출산을 담당하는 삶의 조건, 신체적 준비를 갖추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저자는 동아시아적 사유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한 ‘평화는 동방으로부터’라는 책도 같이 출간했다. 기독교 메시아사상에 대한 철학적 탐색을 처음으로 시도한 전작 ‘메시아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의 연장선상에 있는 저작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는 물론 인류 전체의 평화, 공존,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담았다. “절대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와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우주물리학의 자연과학과 세계를 금융자본주의로 통일하고 있는 서양의 문화·문명으로는 결코 인류가 평화를 달성할 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서문에 밝혔다. ‘피스-메이킹’(Peace-making)이라는 말이 있듯이 평화도 만들어가야 하고 세계를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과 이성’의 철학, 즉 ‘소유의 철학’으로는 인류의 평화는 요원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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