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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가족끼리 알차게… 공연장 나들이 어때요

입력 : 2016-09-13 19:49:52 수정 : 2016-09-13 19: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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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가족끼리 알차게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상에서 한 숨 돌려 소중한 추억을 쌓고 싶은 이들에게 공연장 나들이를 추천한다. 지갑을 다소 과감하게 열어야 하는 것이 흠이지만, 명절·단체 할인 등을 잘 활용하면 알뜰한 관람이 가능하다. 

뮤지컬 ‘킹키부츠’
CJ E&M 제공
◆작품성·흥행 검증… 화려한 라이선스 뮤지컬

뮤지컬은 역시 신나고 행복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킹키부츠’(블루스퀘어)가 제격이다. 뛰어난 메시지, 화려한 볼거리, 신디 로퍼의 매력적인 음악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찰리와 롤라다. 아버지에게 망해가는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는 우연히 여장남성인 롤라를 만난다. 롤라에게서 영감을 얻은 찰리는 여장남성용 부츠를 만들어 재기하기로 결심한다.

작품의 백미는 롤라와 여장남성인 엔젤들의 화려한 쇼다. 15㎝의 아찔한 하이힐, 여자보다 더 아름답게 차려입은 남성들의 춤을 보노라면 눈이 즐겁다. 어깨가 들썩인다. 여기에 구두공장 직원들의 소박한 이야기가 날줄처럼 얽혀 있어 드라마를 든든히 받친다. 마지막 ‘네가 힘들 때 힘이 되줄게’라는 노랫말과 함께 전 출연진이 등장할 때면 무대의 에너지가 객석으로 전염되는 듯하다.

찰리는 이지훈·김호영, 롤라는 정성화·강홍석이 연기한다. 정성화는 극의 중심을 든든히 받친다. 시원한 가창과 연기에 아찔한 매력까지 드러낸다. 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가 된 강홍석의 롤라는 그루브가 넘친다. 이지훈은 뮤지컬 무대에서 제 역할을 찾은 듯 매력과 존재감을 드러낸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오디컴퍼니 제공
추석 공연가에서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뮤지컬을 꼽으라면 ‘스위니토드’(샤롯데씨어터)다. 출연진도 단연 화려하다. 조승우, 양준모가 살인마 이발사를 연기하고, 옥주현과 전미도가 인육 파이를 만드는 러빗 부인으로 분한다. 조승우가 특유의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살인마라면 양준모는 더 야성적이고 복수에 눈먼 모습이다. 전미도의 연기는 타고난 듯 보인다. 사랑스럽고 천연덕스러운 러빗 부인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옥주현은 좀더 러빗 부인의 억척스러움과 카리스마를 드러내지만, 연기가 다소 지적인 것이 아쉽다. 배경은 19세기 런던이다. 누명을 쓰고 추방당했다가 15년 만에 돌아온 스위니 토드는 러빗 부인과 손잡고 복수에 나선다. 연쇄살인, 식인 등 기괴하고 잔혹한 소재를 번뜩이는 풍자와 유머로 전하는 솜씨에 감탄이 나온다. 뒤틀리고 음산하면서도 지극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도 일품이다.

◆서태지·김광석 들으며 추억 속으로

기존 노래를 엮어만든 주크 박스 뮤지컬은 친근하게 접근하기 좋다. 추억의 명곡이 무대에서 되살아나는 순간 행복감이 밀려온다. 올 추석에는 서태지와 김광석의 곡들을 뮤지컬로 만날 수 있다.

‘페스트’(LG아트센터)는 서태지가 그룹 시절과 솔로 활동 시절 내놓은 대표곡 20여곡을 엮었다. 이야기는 카뮈의 동명 소설을 미래의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각색했다. 올해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초기에는 이야기의 연결 고리가 어색하고 헐거운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공연을 거듭하면서 불안한 부분을 다듬고 새로운 넘버를 추가해 완성도를 높였다. 서태지의 노래가 뮤지컬에 어울릴지, 뮤지컬 배우들이 서태지의 곡을 소화할 수 있을지 갸우뚱한 관객이라면 기대보다 만족감이 클 듯하다. 손호영, 김다현, 박은석 등이 출연한다.

‘그날들’(충무아트센터)은 김광석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활용했다. ‘변해가네’ ‘이등병의 편지’ ‘나의 노래’ ‘사랑했지만’ ‘먼지가 되어’ 등이 흐른다.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인 청와대를 배경으로 20년 전의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딸과 수행 경호원이 사라지고 이들의 행방을 뒤쫓는 경호부장 앞에 1992년 자취를 감춘 경호원 동기생의 흔적이 발견된다. 유준상, 오만석, 오종혁, 지창욱, FT아일랜드의 이홍기 등이 캐스팅됐다.

◆효도엔 악극… 틈새 뮤지컬도 인기

연세 지긋한 부모님을 둔 자녀라면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를 추천할 만하다. 우리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온 한 남자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렸다. 배경은 1950년대 해남의 한 마을이다. 태풍으로 남편을 잃은 어머니가 홀로 외아들 진호를 키운다. 유명대학에 합격해 서울로 간 진호는 부잣집 딸을 만나 결혼하고 진호와 결혼을 약속했던 옥자는 충격을 받고 서울로 올라간다. 고두심, 김영옥, 이홍렬, 이종원, 안재모, 이유리 등 TV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한국적 정서가 다소 신파로 느껴질 수도 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DCF대명문화공장)는 여러 세대가 함께 볼 만하다.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로 만들었다. 2인극으로 규모는 작지만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도리안 그레이’(성남아트센터)는 올가을 화제작이다. 영원한 젊음과 자신의 영혼을 맞바꾼 그레이의 파멸을 다뤘다. 창작 뮤지컬이지만 세련된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만 무겁고 현학적인 주제를 선명하게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배우 김준수와 박은태, 최재웅이 출연한다.

‘잭더리퍼’(디큐브아트센터) 역시 무거운 분위기의 뮤지컬이다. 1888년 영국 런던에서 처참하게 성매매 여성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를 소재로 했다. 고딕 장르에 충실해서인지 기시감이 드는 플롯과 장치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무난한 인상인 것이 단점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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