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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작가들에 던지는 전통에 대한 화두

입력 : 2016-09-20 21:30:26 수정 : 2016-09-22 09: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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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10월 23일까지 ‘법고창신’전 겸재 정선의 대표작 ‘풍악내산총람’과 ‘풍천문암’이 내걸렸다. ‘풍악내산총람’은 겸재의 최전성기 작품 중 하나이고, ‘풍천문암’은 겸재의 말기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300년간의 중국풍 그림을 벗고 완전히 조선화된 화풍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간송미술관이 동대문디자인플러자(DDP)에서 10월 23일까지 마련하는 ‘올드 앤 뉴-法古倉新(법고창신)’전은 현대작가들에게 전통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자리다.

현대작가들에게도 우리 고유의 미의식과 미감이 반영된 신세계를 정립하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다. 우리 시대의 의미와 정체성도 찾지 않고 서구 담론과 이상을 답습하고 모방하는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각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간송도 생전에 “예술품의 존귀한 바는 그것이 우수한 작품일수록 그 시대와 문화를 가장 정직하고 똑똑하게 우리에게 보여주는 까닭에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살고 있는 시대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태도에서 예술의 의미가 발현된다는 뜻이다.

코디 최의 ‘VIRTUE714’
이번 전시에는 현대작가 33인이 참여했다. 시대와 정체성을 고민하는 작가들이다. 지지수 작가는 겸재의 ‘금강내산’을 그리고 그 위에 어릴 적 드로잉을 겹치는 방법을 썼다. 겸재의 그림을 대하는 일은 진정으로 행복하고 그래서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중첩시킨 것이다. 또 한켠으론 현실에서 아름다운 가치들이 지워지고 있는 모습을 넌즈시 형상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의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백정기 작가는 아버지 백흥남씨에게 찬가를 보낸다. 백흥남씨는 아마추어 화가이자 가수다. 직장을 정년 퇴직하고서도 열정만은 식을 줄 모른다. 전류가 흐르는 안료로 조희룡의 ‘홍매’를 그렸다. 그림은 안테나가 되어 건너편 라디오에 송신을 한다. 하루종일 아버지의 노래가 흘러나오게 했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열정에 대한 찬가다.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꼽힌 코디 최의 작품도 있다. 현대미술 거장인 마이크 켈리의 애제자인 그는 명심보감 등 유교교과서를 화폭에 써내려갔다. 그럴수록 화폭은 어두워진다. 습관은 유교적이지만 자본주의의 감각과 욕망에 어두워진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길후 작가는 12m 대작 ‘금강전도’를 그렸다. 이한철의 ‘금강산도’를 염두에 둔 그림이다. 김 작가는 “현재 우리나라 회화는 과감한 필법과 기운생동한 힘을 잃은 디테일한 그림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원래 우리 그림은 호방하고도 에너지 넘치는 필력과 과감한 구도 선택에서 중국·일본의 전통회화와 다르다”고 했다.

기획을 맡은 이진명 수석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우리 시대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먼 훗날 이 시대가 서구짝뚱을 탈피한 시기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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