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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입업불사종덕(立業不思種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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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2 00:26:58 수정 : 2016-09-22 00: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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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의 이면엔 불굴의 노력과 부지런함이 있다. 마땅히 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노력과 근면으로 어느 정도의 돈은 벌 수 있으나 그 어느 이상의 부는 본인 자신이 잘나서 되는 게 아니다. 주변 사람들, 곧 사회의 덕으로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도덕성 유지와 부의 환원은 성공한 이들의 덕목이라고 하겠다.

물론 부자는 명예와 권력까지도 가질 수 있다. 그러기에 2100여년 전 사마천은 “천금의 부자는 한 도읍의 군주에 맞먹고, 거만금을 가진 부자는 왕자(王者)와 즐거움을 같이 한다. 어찌 이른바 소봉(素封)이라고 할 만한 자들인가? 아닌가?(巨萬者乃與王者同樂 豈所謂素封者邪 非也)”라고 ‘사기 화식열전’에서 말했을 정도다. ‘소봉’은 천자(天子)로부터 받은 봉토는 없으나 재산이 많아 제후와 비할 만한 큰 부자라는 뜻이니 부자의 무게감을 느낄 만하다.

눈길을 모으는 것은 중국에서 부자로 역사에 오른 이들은 주로 서민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도주의돈석숭(陶朱?頓石崇)’을 일컫는다. 목축이나 무역, 상업 등 깨끗하게 재산을 모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줘 칭송받았다. 이 가운데 청나라 말기 큰 상인 호설암(胡雪岩)은 부의 환원을 실천했다. 동시대의 개혁사상가 노신(魯迅)이 “봉건사회의 마지막 위대한 상인”이라고 칭송했을 정도다. 호설암은 “수지만 맞으면 칼에 묻은 피라도 핥을 수 있어야 한다(刀頭?血)”라며 철저한 상인정신을 발휘했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선 거금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장사의 성인, 곧 ‘상성(商聖)’으로 부르며 존경하는 이유이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총수가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위기다. 형제 간 다툼, 고구마 줄기처럼 불거져 나온 비리 의혹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작지 않다. 롯데뿐 아니라 상당수 재벌가는 반성해야겠다. ‘채근담’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큰 사업을 세우고도 덕을 베풂에 인색하다면 눈앞에 핀 한때의 꽃에 지나지 않는다.(立業不思種德 爲眼前花)”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立業不思種德 : ‘큰 사업을 세우고도 덕을 베풂에 인색하다’는 뜻.

立 설 립, 業 업 업, 不 아닐 부, 思 생각 사, 種 씨 종, 德 큰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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